찰스 스트릭랜드. 마흔의 나이에 화가의 꿈을 이루겠다며 멀쩡한 직업과 처자식을 버리고 사라진다.
화가가 되기 위해 찾아간 파리에서 스트릭랜드는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삼류 호텔에서 굶다시피하며 처참하게 살게 된다. 이때 스트릭랜드의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화가 더크 스트뢰브.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스트릭랜드는 그의 은인 스트뢰브의 아내 블랑쉬와 불륜의 정을 통한 다음, 매정하게 그녀를 내쳐버린다. 그 충격으로 블랑쉬는 음독 자살을 하게 되고 스트릭랜드는 타히티섬으로 떠나버린다.
타히티섬에서 아타란 여자를 만나 결혼하지만 스트릭랜드는 결국 나병에 걸려 고통 가운데 그림에 몰두하다 죽음을 맞는다.
위 이야기는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소설`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 Pence)`의 줄거리이다.
이 소설이 말하는 `달`은 신비, 욕망, 영혼, 상상과 같은 이상주의를 의미하여 `6펜스`는 현실과 물질적인 것들을 상징한다. `달과 6펜스`를 비정상적인 예술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에 관한 특이한 이야기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 소설의 적지 않은 부분이 세속의 삶과 인간들에 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서머셋 모옴은 스트릭랜드라는 비정상적인 주인공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있는 속물들 즉, 예술 철학은 없이 잘 팔리는 그림만을 그리는 화가 스트뢰브, 육체적 관능만을 추구하는 블랑쉬, 남편 스트릭랜드가 가정을 버리고 떠났을 때 저주를 퍼부었으나, 남편의 사후(死後) 천재 화가로 알려지자 그제서야 자신이 스트릭랜드의 부인임을 자랑하는 스트릭랜드의 첫 번째 아내와 같은 이중적 캐릭터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작가는 `달과 6펜스`를 통해 영국인들의 위선과 속물 근성을 비정하고 냉철하게 파헤쳤다.
예술과 문학 그리고 대중문화까지 포함시켜서, 이들은 기성 질서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창조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예술계는 좌익과 코드가 잘 맞을 수밖에 없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통칭되는 사이버 세상의 의사소통은 말초적이고 발랄하고 신나는, 매우 가볍고 즉흥적인 좌익의 놀이 공간이다. 팔로어를 수십만명씩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 대부분이 좌익 진영인 것도 그러한 이유다. 이들이 남기는 트위터 글들은 자극적이며 간단 명료하고 명확한 표현법을 쓰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심리는 피해 의식이 강하며 기득권 세력에 대한 조롱과 비판, 패배주의가 농후하다. 또한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혁명을 선동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이러한 면을 `성모 마리아-창녀 콤플렉스(Madonna-whore complex)`라고 불렀다. 세상과 사람을 성모 마리아가 아니면 창녀로 가르는 심리 상태이다. 유태인들의 얼굴만 힐끗 보고 `너는 왼쪽에, 너는 오른쪽에 서라`며 구분했던 나치 정권이 그랬고, `손이 희면 반동분자, 그렇지 않으면 인민`으로 나눴던 캄보디아의 폴 포트 정권이 그랬다. 그런데, 현대 첨단 사회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과 좌익 스펙트럼에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노출되고 있다.
하루의 절반은 햇빛이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달빛이 비친다. 해는 해의 역할이 있고 달은 달의 역할을 한다. 해와 달은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달이 해를 품었기에 달빛의 근원은 햇빛이 된다. 해가 관장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낮에 일하면 되고, 달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밤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최근 우리 한국 사회 좌·우익의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보면서 깊은 우려와 함께 언제쯤이면 우리나라에도 해와 달이 사이좋게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해를 품은 달과 6펜스`의 시대가 올 수 있을지 고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