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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그릇

등록일 2014-02-11 02:01 게재일 2014-02-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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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욱
꼬막 부려놓고

어머니는 바가지에 물을 담아

뻘배에 묻은 개흙을 씻어낸다

내일 또 끌고 나갈 텐데

뭐 하러 씻고 그래요?

이놈아!

이게 뻘배로 보이냐?

너희 삼 형제 먹여 살린

밥그릇이여, 밥그릇!

밥그릇 잘 씻어놔야

푸지게 담을 거 아니냐

전남 벌교 뻘밭에 가면 시인이 말하는 이런 뻘배를 볼 수 있다. 평생을 개흙 묻은 바가지를 끌고 다니며 꼬막을 캐온 바닷가 사람들의 한 생이 눈물겹게 한 풍경으로 그려지는 감동적인 시다. 맞다. 삼형제를 먹여살리고 교육시킨 밥그릇인 것이다. 이 땅 어딘들 그런 밥 그릇이 없겠는가. 모양이 다를 뿐이지 우리를 키워낸 거룩한 어머니의 밥그릇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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