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욱
어머니는 바가지에 물을 담아
뻘배에 묻은 개흙을 씻어낸다
내일 또 끌고 나갈 텐데
뭐 하러 씻고 그래요?
이놈아!
이게 뻘배로 보이냐?
너희 삼 형제 먹여 살린
밥그릇이여, 밥그릇!
밥그릇 잘 씻어놔야
푸지게 담을 거 아니냐
전남 벌교 뻘밭에 가면 시인이 말하는 이런 뻘배를 볼 수 있다. 평생을 개흙 묻은 바가지를 끌고 다니며 꼬막을 캐온 바닷가 사람들의 한 생이 눈물겹게 한 풍경으로 그려지는 감동적인 시다. 맞다. 삼형제를 먹여살리고 교육시킨 밥그릇인 것이다. 이 땅 어딘들 그런 밥 그릇이 없겠는가. 모양이 다를 뿐이지 우리를 키워낸 거룩한 어머니의 밥그릇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