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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봄

등록일 2014-02-24 02:01 게재일 2014-02-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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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 은

동백나무 숲으로 뛰어드는 여우비에

일제히 목을 놓는 꽃들의 환한 도열

꽃받침 덩그런 자리 미열 아직 남았다

못 지킨 언약처럼 필 때보다 질 때 붉은

서로가 미루지 않고 유감없이 저무는 일

덧 자란 그늘에 엎여 봄은 마냥 저만치다

오면 가는 것이 숨 탄 것의 항다반사

목숨껏 받든 나날 다 앗기고 스러졌다

꽃으로 다녀갔구나,

날 잃고 널 얻었는데

입춘 지난 남녘에는 봄빛이 완연하다. 남해안의 여러 섬이나 해안에 산재해있는 동백나무 숲에는 붉은 빛이 번지고 있다. 아직은 차가운 기운이 아침 저녁으로 뻗쳐오고 있는데 자연의 순환은 어길 수 없는 진리다. 화르르 타오르다 후두둑 떨어져버릴 꽃들의 환한 도열을 생각하는 시인의 가슴 속에는 동백꽃보다 붉은 사랑의 빛이 스며 있음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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