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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事必歸正)

등록일 2014-03-11 02:01 게재일 2014-03-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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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편집국장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지역을 텃밭으로 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자치단체장 후보 공천을 놓고 이런저런 고심도 적지않아 보인다. 아무튼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 경선은 오는 4월 25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다니 앞으로 한달 남짓후면 광역자치단체장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 방식으로 `2:3:3:2`, 즉 대의원(20%): 당원(30%): 국민선거인단(30%): 여론조사(20%) 반영 룰을 원칙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미 지난 주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후보자 추천 규칙과 여론조사 시행규칙, 시·도당 공천관리위 운영지침 등을 확정해 각 시·도당에 하달했다니 이제 시행만 남은 셈이다. 공천위는 또 후보난립에 대비해 예비 여론조사에서 후보자를 상위 3배수로 압축하고, 하위 순위자는 떨어뜨리는 방식의 `컷오프` 제도를 도입키로 해 경선과정을 지켜보는 주민들도 한층 흥미를 갖고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공천위는 아울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특정 후보자의 경선 대책기구에 참여하거나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기성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은 지방선거 공천폐지 공약을 파기한 데 대한 `보상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또 지난달 25일 개정한 당헌·당규를 통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당원과 국민 각 50%로 구성된 국민경선인단에 의한 경선으로 뽑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도입한 `상향식 공천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방선거 후보자 전원을 경선을 통해 뽑기로 했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이 적지않다는 방증이다. 다만 기초 여론조사 과정을 거쳐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은 3배수, 기초의원은 2배수로 압축해 경선을 실시하게 돼 사상 유례없는 경선정국이 펼쳐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경선(여론조사 포함)을 통한 후보자 추천 방침을 최종 확정함에 따라 현직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대한 `인위적 물갈이`가 사실상 불가능해 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사실 새누리당이 지방의원 공천폐지 공약을 깬 것은 정치권이 공천권을 내려놓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신뢰와 약속의 정치`를 모토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선뜻 공약이행을 하지 못한 것은 지방의회에서의 영향력 확보문제가 그만큼 정치권의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원, 즉 정치권보다는 지역주민의 뜻을 중시하는 상향식 공천방식을 채택해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새누리당을 보면서 `우리 지방자치의 역사가 적지않게 발전했구나`하는 자각을 하게된다. 지방자치선거가 도입된지 20년째를 맞아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지만 성과도 적지않다는 깨달음인 셈이다. 중앙에 편중된 인사권, 예산권도 조금씩 지방에 내려오고 있고, 지역민들도 지방자치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있다 패션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S) 광고문구를 보면서 무릎을 쳤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짧은 광고카피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사물의 겉 모습은 바뀔지 몰라도 그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방자치뿐 아니라 우리 정치에도 진보는 있었다. 개발독재와 군부독재의 시대를 지나 문민정권,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MB정부와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면서 정치발전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치가 조금씩 강화되고 있다. 역사는 진보한다. 사필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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