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태 규
난 너에게
늦은 밤 바지춤 열고
짠물로 네 뿌리를 능멸했건만
넌 나를
이 봄에도 마중하는구나
대추열매 바라지 않을 테니
오래 푸른 잎들만이라도
풍성하게
날려주련
수령이 높아도 매년 열매를 맺을 줄 아는 대추나무에서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찾아가는 시인의 눈이 깊다. 나이들수록 신실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은 얼마나 값지고 귀한 것인가.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말고 끊임없이 성취에 대한 열망으로 살아간다면 반드시 결실에 이르를 수 있다는 진리를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열매가 열릴지는 알 수 없으나 푸른 잎새라도 누리고 싶은,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노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