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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나무 분재하기

등록일 2014-04-09 02:01 게재일 2014-04-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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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한동안 베란다에 키울 유카나무를 찾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많이 보아온 나무인데 막상 구하려니 쉽지 않았다.

어릴 때 부모님이 앞마당에 키우던 유카나무는 실유카로서 잎은 풍성하나 나뭇가지가 길게 자라나지 않는 것이었다. 실유카 잎 가장자리에서 실이 풀려 나오는데 중남미에서는 이 실을 이용하여 직물을 짜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찾는 것은 가지가 높게 자라는 실없는 유카나무로서 어찌 보면 야자나무와 비슷하다.

미국에 유학 갔을 때 세 들었던 2층집 뜰에 커다란 유카나무가 있었는데 나무 자체가 2층 창문 높이까지 자라고 여름이면 긴 꽃대에 하얀 꽃들이 만발하여 매우 보기 좋았다.

이 식물의 뿌리에서는 독특한 냄새의 추출물이 나오는데 이를 섞으면 물질들이 잘 보존된다고 하여 차, 의약품, 화장품, 향신료 등에 사용된다. 또한 유카나무 조각은 부드럽고 독이 없어 앵무새의 씹기 놀이기구로도 이용된다.

박사과정을 끝낸 후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내 집을 갖게 되었는데 집안 곳곳에 용설란이 자라고 있었다.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도 흔한 선인장의 종류로서 알로베라가 부드러운 선인장이라면 이것은 매우 완강하고 가시가 있고 높이와 폭이 1~2m로 크게 자라는 것이다. 이 용설란은 100년에 한번 꽃이 핀다고 하여 백년초라고도 불린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 집 차고 뒤편에 5~6m 높이의 장대 같은 기둥이 하나 솟아나더니 무더기로 하얀 꽃을 피웠다. 유카나무 꽃과 비슷했는데 그 꽃대가 어마어마하게 큰 것이 차이점 이었다.

몇 년전 집안에 너무 큰 용설란이 많아 위험하기도 하여 낑낑대면서 큰 삽으로 힘들게 퍼내고 몸살까지 알았던 적이 있는데 하나가 차고 뒤에 남아 남 몰래 장대꽃을 피운 것이다. 매우 신기하고 반갑기도 했다. 100년에 한번 피는 꽃이 피어났으니….

한국에 와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에 40개는 족히 넘는 화분들이 있으니 이제 화초 가꾸기가 필자의 취미라고 할만하다. 어쨌든 유카나무를 구하기 위해 집 근처 화원에도 두어 곳 가 보았으나 작고 예쁜 칼라유카는 있었지만 내가 찾는 종류는 없었다. 화원 여주인도 `요즈음 그게 안보이네요.``봄이 되면 나올까요?`

미국 네바다주에도 커다란 유카나무가 있다. 대단히 특징적인 모습의 유카나무인데 특별히`여호수아 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서부개척 초기에 모하비사막을 헤매던 이주자들이 힘겹게 마주친 이 나무들의 모습이 천사 같기도 하고 기도하는 사람 같기도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러한 여호수아 나무는 추운 한국땅에서 잘 자라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비슷한 종류인 유카나무는 잘 자라니 한번 키워보려는 것이다. 용설란은 작은 것이면 몰라도 10년을 키우게 되면 너무 크고 위험하고 베란다가 아니라 마당에서 키우기에도 버거울 것이지만, 유카나무는 베란다에서도 마당에서도 키울 만하고, 아열대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가?

어느날 직장인 학교로 통하는 입구 멀리 수림 사이에서 유카나무 같이 보이는 식물을 발견했다. 둘째 날에는 차를 세우고 직접 가 보았더니 유카나무가 맞았다. 높이가 1.5m는 되어 보이는 잎이 풍성한 모습인데 7~8년전 식목일에 필자도 기념식수를 하던 학교 땅에 누군가가 화분에 있던 조그만 것을 옮겨 놓았으리라.

그래도 아열대 식물이라서 인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인데도 어딘지 덥수룩하고 메말라 보였다. 하지만 그 커다란 모나무 옆에 40cm는 됨직한 새끼가 뿌리로 연결되어 자라나고 있었다. 옳거니 이것이다. 삽을 가져와 새끼를 잘라내고 다듬어서 화분에 옮겨 놓았다. 잘 키워 멋진 모습을 만들어 볼 요량이다. 언제 시간이 나면 아무도 돌보지 않던 모나무도 좀 다듬어주고 물도 주어야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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