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록
할아버지가 숨을 놓자
혼자 살던 집에 사람 북적인다
저렇게
식구가 많았던가
가까이 다가서니
언제부터 펄럭였나
빛바랜 달력 한 장
빈방 잇슴
보이라 절절 끄름
목련나무의 빈방 안에서
곡(哭)소리 새어 나온다
건을 벗어
문상(問喪)하는 목련꽃 이파리들
목련나무와 할아버지의 따스한 관계를 보여주는 시다. 할아버지의 고독은 그의 사후에 갑작스럽게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더욱 부각된다. 고독과 소멸의 운명을 통해 교감하는 인간과 자연의 끈끈한 유대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목련꽃과 할아버지의 죽음. 애잔한 물기가 눈가에 머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