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석가탄신일에 이은 연휴동안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 반복되지도 말아야 할 참사임에 틀림이 없다. 재난 안전기구 신설, 매뉴얼 정비, 관피아 척결…. 이제 귀에 따까리 앉도록 반복되는 뉴스와 토론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그걸 모르는 국가와 사회가 이 지구촌에 존재하겠는가. 그것 보다는 시간을 두고 백년대계를 모색하는 심정으로 보다 근원적인 해결점들이 도출됐으면 한다. 지나친 물질만능의 배금주의를 완화할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도출할 것인가? 다가오는 지방선거부터 총선, 대선까지 그 실마리라도 찾아갔으면 한다. 그것이 억울한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추모요 또한 의무일 것이다.
이제 화제를 돌려보자. 애도와 함께 차분하게 일상에 복귀해야 할 때다. 바야흐로 푸르름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거리의 악사들이 거리로 나와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는 계절은 지금과 같은 초여름부터 시작된다. 거리의 악사들이 넘치는 음악의 도시를 꼽으라면 오스트리아 빈을 빼 놓을 수 없다. 빈을 꼽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음악의 도시답게 거리의 악사들에게도 수준(?)을 고려해 당국에서 허가를 내어주는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 빈이기 때문이다. 빈의 번화가인 케른트너 거리에서는 수준 높은 거리의 악사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음대에서 정식으로 음악을 전공한 거리의 악사들이다. 세계적인 음악가 바흐나 브람스의 아버지들도 거리의 악사였으니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거리의 악사를 둘러싸고 함께 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청중들의 대부분은 빈시민이 아니라 관광객들이라는 점이다. 타 도시 혹은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반복되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여름 휴가철을 보내는 관광객들이다. 그 탈속의 관광객이기에 거리의 악사들이 뿌리는 보헤미안적인 자유와 낭만이 더욱 깊게 도시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그것은 관광객을 위한 도시의 전략적이면서도 자연스런 퍼포먼스로 봐야 한다.
케른트너 거리는 국립 오페라극장과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 성당 슈테판 사원을 이어주는 거리이다. 케른트너 거리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자의 천국으로 많은 상점과 거리 카페, 거리의 악사들과 관광객들로 항상 가득 차 있다. 거기엔 당연히 안경과 오리 털 이불, 철제품 등 빈의 명산품이 관광객을 위해 등장한다.
그렇다고 관광객들이 음악 때문에만 빈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빈은 또 다른 역사적 도시다. 유럽에서 보기 드물게 오랜 영화(1273~1918)를 누렸던 유럽의 최대 맹주 합스부르크 왕가의 숨결을 모두 간직한 도시가 바로 빈이기 때문이다. 화려했던 왕가의 삶과 영욕이 그대로 배어있는 도시인 빈을 상징하는 고딕양식의 웅장한 슈테판 사원에서 오늘도 오스트리아 젊은이들은 웅장했던 역대의 왕조들과 교감을 나눈다. 왕들이 묻힌 지하 묘지 위에도 젊은이들의 비엔나커피문화가 살아 움직인다. 뜨겁고 차갑고 검은 커피에다가 여러 가지의 크림이 조합된 다양한 커피 때문에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에게 의미 있는 오늘날의 관광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도시, 특히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이처럼 생각보다 단순하고 쉽게 이뤄지지는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멀지 않아 곧 여름과 함께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올 것이다. 정신문화의 수도, 신도청 소재지가 될 안동 그리고 경북의 주요 도시들도 각 특성에 맞는 관광 퍼포먼스를 개발해 봄직하다. 정신문화라면 많은 것들을 떠 올릴 수 있다. 유교문화와 선비정신, 특히 오늘날 우리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새롭게 각인되고 교훈적으로 되새겨야 할 많은 선각의 정신과 다양한 문화재들…. 이 휴가철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안동과 경북을 찾아오게 할 수는 없을까? 빈 거리의 악사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큰 재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충분히 고민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