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식 앞에 부모란

등록일 2014-05-14 02:01 게재일 2014-05-14 18면
스크랩버튼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어렸을 땐 5월이 참 행복했다. 어린이날 때문이다. 부모님께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는지…. 어린이 날이라는 이유만으로 뻔뻔하게 놀이동산 가자 했고, 어린이 날 선물 달라 했다. 그때마다 우리 부모님은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우리들의 소원을 들어주셨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이제 부모가 되니 나의 자녀들이 아빠인 나에게 어릴 때의 내 모습과 똑같이 어린이날 선물과 특별 이벤트를 당당하게 요구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뻔뻔한 자녀들의 모습이 싫지 않다. 그저 이쁘고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이는 가정에 허락된 신의 선물이다. 아동문학가 최효섭 목사는 소중한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교육 십계명`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1)아이를 너무 떠밀지 말지니, 빨리 자라는 것이 잘 키우는 것이 아니니라. (2)아이를 얕보지 말지니, 그들의 세계는 부모의 세계보다 깊으니라. (3)감정을 퍼붓지 말지니, 어린이는 어른의 감정을 쏟는 휴지통이 아니니라. (4)칭찬을 아끼지 말지니, 이보다 나은 보약은 없느니라. (5)아이를 이기려고 하지 말지니, 가정은 전쟁터가 아니니라. (6)아이를 나의 소유로 생각하지 말지니, 감사함으로 대할지니라. (7)자신의 위치를 망각하지 말지니, 그 부모가 최상의 교재니라. (8)아이의 현재만을 보지 말지니, 그 가능성과 미래상을 볼지니라. (9)아이들을 일반적으로 보지 말지니, 그들 한 명 한 명이 특별하니라. (10)강요도 아부도 말지니, 진실을 보일지니라.

이처럼 신의 선물과도 같은 자녀로 인해 부모는 한없이 행복하고 기쁘고 감사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녀 문제 앞에서 부모는 `무조건` 죄인이 된다. 그게 부모의 운명인 것 같다.

이번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은 지난달 21일 자신의 막내 아들이 자신의 SNS에 적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된 글로 인해 엄청난 논란에 휩싸였다. 정 의원의 막내 아들은 자신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비공개 페이스북 담벼락에 “박근혜 대통령이 칼빵을 맞을 뻔 한 걸 모르느냐.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와 다르게 우리 국민은 대통령이 `최대한 노력 하겠다`는 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을 뿌린다”고 적었다. 또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이 사건을 대하는 국민과 언론들의 반응을 “미개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들은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의 발언을 앞 다투어 대서특필했다. 네티즌들 또한 신랄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극심한 여론에 떠밀린 정몽준 의원은 결국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막내아들의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졌고, 심지어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탈락 위기설까지 감돌았다.

하지만 그러한 여론 악화와 탈락 위기설 가운데에서도 정 의원이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정몽준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본인이 호명되자 담담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섰다. 수락 연설문을 서너 줄 읽어 나가던 정 의원은 한숨을 내쉬며 10초 정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갑자기 눈물을 왈칵 쏟으며 다시한번 자신의 아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아버지 정몽준의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국민들을 향한 사죄의 의미도 있었겠지만, 그 눈물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문제 때문에, 언론에 노출되어 마음 고생한 아들을 향한 아빠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자식 앞에 부모란 늘 그렇다.

김동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