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 석
별처럼 밥알들이 흩어져 있다 비둘기들 내려와 쫀다
어제도 여기서 먹었고 그제도 여기서 먹었다
밥 고봉은 높고 뜨겁고 희다
청국장 묽은 내음이 길바닥 낭자하게 물들이는데
열무김치와 김장 김치 그릇 옆에 곤쟁이젓 반 종지
얇게 저민 더덕무침과 콩나물무침이 각각 한 접시씩
흙과 자갈 들 위에 놓여 빛나는
전화 주문에 제꺽 실어와선 길바닥에 부려 놓은 밥 쟁반
덮었던 신문지 걷어내 깔고 앉으면
여윈 몸 떨게 하던 추위조차 길 내며 그녀 에워싸고
노점 펴놓은 대지엔 봄꽃처럼 꽃핀 밥상이
또 한 상 가득 펼쳐지는 것이다
시인이 그려내는 풍경 속으로 따라 들어가다보면 세상에 대한 공허한 생각, 허무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지극히 냉정함으로 도시 문명의 비정함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그려내고 있다. 도시 문명의 냉정함과 무심함에 대한 담담한 묘사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비정성과 추악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러한 추악하고 비정한 풍경들이 도처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