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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혼자서는 못 한다

등록일 2014-05-20 02:01 게재일 2014-05-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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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서울본부장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18년 동안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을 12배나 끌어올렸다. 수출도 166배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 중 최단시간 초고속도의 성장이었다. 주목할 것은, 그가 국민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열망을 심어줬고, 실천과 단계별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유도해냈다는 점이다.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민들이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의 일등공신으로 `박정희`를 꼽는 이유다.

30여년 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하던 자리에서 나라운영을 맡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대미문의 비극인 `세월호`침몰사고로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터진 대형 참사로 정치권은 혼돈에 빠졌고, 국민들은 정신적 공황상태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공식 사과했다. 존재가치를 상실한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무능한 해수부와 안전행정부도 해체 수준의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정치권의 국정조사와 특검에 대해서도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거론해왔듯이 `세월호`사고는 그 뿌리가 결코 단순치 않다. 이번 참사는 오랜 기간 무수히 쌓여온 적폐들에 기인하는 비정상적인 관행과 부정부패가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다. 결코 해양경찰만의 문제일 수도 없고, 해양수산부나 안전행정부만의 허물일 수도 없다. `세월호` 참극은 긴 세월 결과지상주의만을 탐닉해온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곪아온 무수한 난치종양들 중 하나일 따름이다.

오염된 국민인식에 끈 달린 엄청난 인재(人災)를 겪으면서도, 때려잡을 희생양을 찾아 눈 부릅뜨고 나선 작금의 정치권과 언론의 행태는 심각한 걱정거리다. “희생양을 찾아내어 욕하고 꾸짖으면서 자기위안을 찾고 변명을 일삼는 것을 보니, 이제 곧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면 모두 다 잊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누군가의 앙칼진 비관은 허탈을 부른다. 정말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그렇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아주 씻어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굳이 박 대통령이 그렇게 언급을 해서가 아니라, 우리는 이제 정말 `국가개조`수준의 혁신을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기관 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떨쳐 일어나 모든 분야의 적폐들을 찾아내어 도려내고 잘라내야 한다. `세월호`참사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명징한 계기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참혹하게 희생된 어린 넋들을 진정 위령하는 고귀한 의식이 될 것이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박근혜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고도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결과지상주의를 구사했다. 박 대통령의 눈물이 아버지가 숙제로 남긴 `피폐한 정신문화`를 개조하겠다는 알찬 다짐이기를 바란다. 박 대통령은 이제, `충성심` 못지않게 투철한 `의지`를 중요하게 여긴 아버지의 치밀하면서도 과감한 `용병술`을 배워야 한다. 대통령 혼자서 할 수 있는 시대는 진작 다 지나갔다. 모든 분야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일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어 중용해야 한다.

어설픈 패당주의에 빠져서 국민들의 참 소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인물들을 써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인정하여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혁신의 틀`을 짜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국민운동`이다. 온 국민의 대오각성을 견인해낼 구국운동을 들불처럼 일으켜야 한다.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 그런 흐름이 저절로 일어날 수 있도록 감동적인 혁신의지를 보여주는 일은 오롯이 박 대통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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