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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록일 2014-06-06 02:01 게재일 2014-06-0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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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북새통속에 6·4지방선거를 마무리하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포항시장 후보 공천경쟁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특히 극적인 상황변화와 의외의 결말이 압권이었다. 첫 진통은 포항이 여성후보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될 것이란 소식으로 출발했다. 포항지역이 들끓었다. 포항시장 후보들은 크게 반발, 지지자들과 함께 중앙당으로 찾아가 방침철회를 소리높여 외쳤다. 우여곡절끝에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합한 경선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공원식 후보는 전략공천 소식을 들은 직후 관광버스 2대에 100여명의 지지자들을 태워 중앙당으로 쳐들어가는 순발력과 조직력을 과시해 주위의 감탄을 자아냈다. 포항시의장, 경북도 정무부지사와 경북관광공사 사장을 역임한 경력에 걸맞게 공 후보는 전략공천 뒤집기에 이어 2등으로 출발한 후보 경선에서도 막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운동원이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가 드러나 예비후보직을 사퇴하는 비운을 맞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포항시장선거에 공을 들여온 그가 왜 그렇게 무리한 행보를 했는 지 모를 일이다.

전화착신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모성은 포항시장 후보에게도 유감의 뜻을 전한다. 그와는 서울에서 열린 지역 행사에서 자주 만나 알고 지냈는 데, 정작 선거에 출마도 제대로 못해보고 곤궁한 처지에 빠졌으니 안쓰런 마음뿐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포항시장 선거를 위해 `참으로 오랫동안 공을 들여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더욱 씁쓸하다. 대학에서 지역재정학과 지역경제를 전공해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 전문위원과 지방분권위 실무위원, 한국지역경제학회 회장, 한국지방자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경력으로 따지면 포항시장쯤은 차고 넘친다. 더구나 `포항비전 21`, `글로벌 포항 비전 2020`이란 논문까지 썼다니 본인 스스로 `준비된 포항시장`이라 믿었을 수도 있다. 그처럼 오랫동안 꿈을 키워온 그가 이렇듯 일을 그르친 이유는 뭘까.

두 사람 모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격언 한마디쯤 가슴에 담고 있었어야 했다. 열정이 넘쳐 광기로 변하곤 하는 선거에 임하려면 마음의 브레이크 하나쯤 필요한 법. 열정이 범죄로 이어져서야 될 말인가.

선거가 끝나 당선과 낙선의 희비쌍곡선에 서있을 후보들이 어떤 마음일지 헤아려보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화두에 꽂히고 말았다. 친절하고, 가난한 구두장이인 시몬이 천사 미하일과 지내면서 들은 얘기를 소개한, 동화같은 얘기다.

천사 미하일은 하느님이 한 영혼을 데려 오라고 명령해 세상에 내려왔다가 “아이들이 죽게 될것”이라며 아이 엄마가 애원하는 바람에 마음이 약해져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지킬 수 없었다. 그러자 하느님은 미하일에게 “아기 엄마의 영혼을 데려오면, 사람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세가지 질문의 뜻을 알게 될 것”이라며, 답을 찾을 때까지 사람들에게 가 있으라고 명령했다. 인간계로 내려온 천사 미하일은 알몸으로 차가운 길바닥에서 웅크리고 있던 자신에게 시몬과 아내 마트료나가 옷과 먹을 것을 주는 것을 보고, `사람의 마음 속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있음`을 깨달았다. 어느 날 찾아온 귀족 신사가 1년을 신어도 끄떡없는 구두를 주문했지만 천사인 미하일은 그가 곧 죽을 것임을 알았기에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못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부인을 보고 미하일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을 확연히 깨달았다.

선거에 나섰던 모든 후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당신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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