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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 도대체 어찌 될 것인가?

등록일 2014-06-11 02:01 게재일 2014-06-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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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서기 70년의 민족적 비극 때의 일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반란을 음모한다는 이유로 로마 군인들이 예루살렘 성벽을 에워싸고 모든 유태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었다. 이 때 이스라엘의 지도자이자 랍비인 요하난 벤 자카이는 예루살렘 성안에 이상한 소문을 퍼뜨렸다. 벤 자카이가 중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소문이 났고, 얼마 후에는 벤 자카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갔다. 제자들은 관 속에 벤 자카이 선생을 넣고 선생님을 예루살렘 성 밖에 장사지낸다는 핑계로 성벽을 통과하려 했다. 그러나 로마 군인들은 벤 자카이 선생의 관을 내려놓고 그 관을 칼로 찔러 확인한 후에 내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 때에 제자들은 “만일 로마 황제가 죽었다면 당신들은 그 관도 칼로 찔러볼 것입니까?”하고 반발했다. 간신히 예루살렘 성 밖으로 통과한 벤 자카이는 멀리 도망을 간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로마군 사령관을 직접 만나 간청을 했다. “조그마한 방 하나라도 좋습니다. 열 명 가량의 랍비들이 들어가 공부할 학교 하나만은 남겨주시고 그것만은 파괴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너털웃음을 웃고 난 로마군 사령관은 “그대가 죽을 고비를 넘겨 나를 찾아온 목적이 겨우 이것 뿐인가?”라며 벤 자카이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로마는 예루살렘을 불태우고 성전을 파괴하고 9만여명의 유태인을 학살했다. 그러나 벤 자카이 랍비와의 약속대로 로마군은 작은 랍비 학교만은 남겨두었다. 유태인들은 바로 이 작은 학교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오랜 세월동안 그들의 지식과 지혜, 전통 그리고 신앙을 학교를 통해 지켜왔다. 그곳에서 이른바 `유태인식 교육`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벤 자카이는 지금도 민족의 스승으로 숭배받고 기억되고 있다. 민족의 소망은 어디에 있나? 바로 교육이다. 교육이 없으면 나라는 결코 설 수 없다. 제대로 된 교육이 있을 때 그 나라는 지속될 수 있다.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의 선택은 참 놀라웠다. 여당의 승리도 야당의 승리도 아니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어찌보면 참 재미없는 경기 결과다. 여당은 수도 서울과 충청도와 강원도를 잃었다. 그에 반해 야당은 인천시와 경기도를 잃었다. 특히 인천시와 경기도가 야당에게는 정치적으로 상징하는 바가 꽤 크기 때문에 야당 지도부에겐 충격이 클 것이다. 수도 서울시장을 비롯한 광역시장, 그리고 도지사 선거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번 6·4지방선거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분야가 바로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13개시도 교육감을 이른바 진보 좌파 진영 후보들이 싹쓸이 했다. 보수 우파 진영에는 자유 시장 경제 민주주의에 역사 의식에 기반한 책임과 의무, 양보와 타협, 협동 단결할 줄 아는 건전한 시민의식과 철학이 없었다. 그 대신 우파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짝퉁 보수가 선거판을 망친 것이다. 전교조라는 좌파의 핵을 기반으로 똘똘 뭉쳐진 진퉁 좌파에 비해 그저 껍데기만 보수로 뒤집어 쓴 짝퉁 우파의 대결 구도였다. 당연히 이길 수 없었다.

교육감의 자리란 어떤 자리인가? 시·도의 교육·학예와 관련된 조례안을 작성하고, 각종 교육 관련 예산안을 편성하며, 교육 규칙을 제정하는 자리로 앞으로 4년간 관할 지역의 교육의 방향과 흐름을 총괄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교육 정책을 펼쳐야 할 교육감들이 다분히 자신들의 좌파적 스펙트럼에 얽매어 일련의 교육 정책을 좌파적 사회주의 논리로 풀어간다면 이 나라의 향후 교육이 어떻게 이뤄 질 지 매우 우려가 된다. 정치와 철저히 독립돼야 할 순수한 교육 현장이 가장 정치적인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교육감 선거를 과연 계속해야 하나? 교육자의 입장에서 1인당 40억원이나 투입된다는 교육감 직선제, 납득하기 어렵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정파가 다를 경우, 사사건건 교육 정책과 예산 집행에 있어서 마찰을 빚는 일이 다반사 일 것이다. 이럴바엔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 제도 또는 교육감 임명제가 차라리 나을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 다시한번 더 고려해 봐야 할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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