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같은 분야의 동료이자 한 이웃의 따님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도심임에도 주변 공간들이 널찍하고 새로 지어진 예식장이라서 축하객들도 별 어려움 없이 모여들고 담소하고 헤어질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의 결혼식장이라는 것이 매우 혼잡해서 차를 세우기도 웨딩홀을 찾아가기도 힘이 들지만 포항은 서울 사는 축하객들의 방문에는 좀 멀어서 불편함이 있을지 모르나 막상 도착하면 조급하지 않아 좋다. 예식장의 시설이나 분위기도 서울이나 포항이나 큰 차이가 없이 멋지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닌 다음에는 대개 부모와 신랑에게 인사나 하고 떠나는 게 요즈음 풍습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도 예식을 좀 지켜보다가 지인들 따라서 아래층 뷔페식당으로 갔다. 미안한 감정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바쁜 이들에게는 편리한 점도 있어서인지 별 거리낌 없는 풍습이 되어 버린 것 같다.
필자는 식당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또한 오랫동안 이름은 익히 알았지만 처음 만난 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간단히 음식을 먹으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음이 좀 아쉽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바삐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상호배려일 수 있다고도 생각되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결혼식에 몇 차례 참석해 본적이 있다. 물론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일본인들의 결혼식이 인상에 남는다. 결혼식은 예식장이나 교회에서 하지만 그 후에 개인집 정원이나 음식점 큰 방을 얻어 음식도 먹고 신랑신부소개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두어시간 동안 결혼 피로연을 연다.
어떤 이는 앞에 나가서 신랑신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옛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음식도 매우 정성이 담긴 것들이라서 한두번 참여한 것이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꽤 오래전이지만 필자의 경우에도 결혼식을 미국에서 했었다. 시골도시의 웅장한 교회였는데 그날따라 눈이 너무 와서 결혼식이 30여분이나 지연되었었다. 하지만 꽤 많은 동료 유학생들이 눈길에 차를 몰고 참석해 주었었다. 결혼식후 피로연도 교회식당에서 간소하게 했었는데 눈이 너무 심해져서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찍은 사진이나 동료들로부터 받은 찻잔, 쟁반, 벽시계 등 조그만 선물들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결혼식들은 요즈음 한국의 결혼식과는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장소도 다르고 모이는 사람들의 수도 다르고 축하해주는 모습도 다르다.
우리 한국의 경우도 결혼식이며 피로연이라는 것이 차차 그러한 모습으로 변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혼식이 신랑신부의 행복한 시간 마련 중심으로 축하객들도 자발적으로 온전히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결혼식은 우리의 삶이 좀 더 여유를 가지게 되고 정말 가까운 사람들이 가서 축하해주는 결혼식이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의 결혼식이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일부 호화결혼이며 강요된 듯한 참석이 아니라면 어제 본 것 같은 포항에서의 정겨운 결혼식 형태를 크게 바꿀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지방도시에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먼 외국에 사는 것과도 비슷해서 서울 사는 친구나 친지들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결혼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못 만나던 이들을 만나게 된다.
어제도 자주는 못 보지만 절친한 몇몇 선후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처음 만난 분들도 인사도 트고 음식도 먹으며 꽤 오래 담소를 나누었다.
신랑신부는 매우 행복해 보였다. 결혼식에 참석한 이들도 매우 즐거워 보였다. 이들 부모님을 통한 축하객이었지만 필자도 그 자리를 통해 매우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