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숙 희
무겁게 불어난 군화끈을 고쳐 맨다
꽉 다문 짐승의 잇자국, 하루는 침묵이다
하투에 돌입한 노동자들의 붉은 머리
완전무장으로 막아선 진압대의 퍼런 대오
밀지도 밀리지도 않은, 중천은 팽팽하다
주머니 속 핸드폰은 며칠째 울리지 않는다
기다림과 기다리지 않음이 질기게 대치 중인
오늘은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
단순히 하지의 그 뜨거운 열기와 에너지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끓어오르는 에너지의 열기와 신록의 당당함이랄까 일종의 팽창력까지도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을 볼 수 있다. 확장과 축소를 반복하면서 여기 세 단락의 시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맛과 멋은 긴장감과 함께 거기에 얽혀있는 역동적인 힘이다. 미지근하고 희멀겋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맛과 멋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