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하지(夏至)

등록일 2014-07-14 02:01 게재일 2014-07-14 18면
스크랩버튼
서 숙 희
적도를 행군하여 온 뜨거운 지열이

무겁게 불어난 군화끈을 고쳐 맨다

꽉 다문 짐승의 잇자국, 하루는 침묵이다

하투에 돌입한 노동자들의 붉은 머리

완전무장으로 막아선 진압대의 퍼런 대오

밀지도 밀리지도 않은, 중천은 팽팽하다

주머니 속 핸드폰은 며칠째 울리지 않는다

기다림과 기다리지 않음이 질기게 대치 중인

오늘은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

단순히 하지의 그 뜨거운 열기와 에너지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끓어오르는 에너지의 열기와 신록의 당당함이랄까 일종의 팽창력까지도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을 볼 수 있다. 확장과 축소를 반복하면서 여기 세 단락의 시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맛과 멋은 긴장감과 함께 거기에 얽혀있는 역동적인 힘이다. 미지근하고 희멀겋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맛과 멋이 아닐까.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