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인챈시아 왕국에서 홀아비가 된 왕과 마을에서 살아가던 평민 미망인이 순식간에 눈이 맞아 결혼을 하게되고, 그녀의 딸 소피아 또한 엄마와 함께 덩달아 공주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갑자기 공주가 된 소피아는, 익숙하지 못한 왕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이래저래 고생하지만, 엄마가 다른 오빠(제임스 왕자), 언니(앰버 공주)와 싸우거나 갈등하지 않고 지혜롭게 잘 융화해,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간다. 뜬금없이 왠 공주님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이 이야기는 어린이 전문 TV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하고 있는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라는 인기 만화 영화의 주요 줄거리이다. 4살짜리 우리집 막내딸이 즐겨 시청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늦은 시간에도 재방송을 하기 때문에, 가끔 막내딸 옆에 앉아 소피아 공주 만화를 보면 스토리도 탄탄하고, 애니메이션 작품성 또한 훌륭하기에, 어른이라 할지라도 흥미롭게 볼 만 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다.
디즈니에서 꾸준히 여러 공주 이야기를 탄생시킨 영향 때문일까? 최근, 미국의 예리미야 히톤이란 남성이 자기 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이집트와 수단 국경 지대에 있는 무인 사막 지역 비르 타윌(Bir Tawil)에 자신이 직접 제작한 국기를 꽂고, 북 수단 왕국 설립을 선포했다. 미국 버지니아 애빙던에서 세 자녀의 아버지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던 히톤씨는 작년 겨울, 자신의 6살 딸이 이야기 한 “진짜 공주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기로 굳게 약속했다.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인터넷으로 국제법상 어떤 국가도 주권(主權)을 갖고 있지 않은 무주지(無主地)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이집트와 수단의 국경에 위치하고 있으며 홍해 연안의 약 2천㎢에 이르는 사막지역 비르 타윌을 발견했다. 이 지역은 이집트와 수단의 오랜 국경 분쟁으로 서로 이해관계 상 소유권을 잠시 보류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정부의 허가를 받고 어려움 끝에 도착한 그는 올 6월16일, 딸의 7번째 생일에 북 수단 왕국을 건설해 자기 딸의 그토록 바라던 “공주가 되는 꿈”을 결국 이뤄줬다. 아빠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비범한 실천력 덕분에 히톤씨의 딸은 명실상부한 일개 왕국의 공주가 됐다. 세상에 별의 별 아빠들이 있다지만, 히톤씨와 같은 아빠는 매우 드문 경우일 것이다.
2년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를 백설공주로 풍자한 팝아트 작가 이모씨가 얼마전 재판에서 무죄 확정을 받았다. 팝아트 작가 이씨는 박근혜 후보가 백설공주 옷을 입은 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사과를 든 모습의 포스터 200장을 부산시내 택시와 버스 정류장에 붙였다. 대법원 1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벽보는 특별히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맞춰 기획·제작된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호감을 표현한 것인지 또한 불분명해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정치인을 소재로 한 예술창작 표현물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우리가 이번 판결을 통해 주목해야 할 점은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여전히 공주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좋든 싫은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으로 설립한 대한민국이란 왕국의 공주님이다. 비록 전두환부터 이명박까지 그사이 많은 대통령들이 집권하였지만, 여전히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후광 덕분에 청와대에 입성한 공주님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집권한 지 1년 반이란 긴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에게 각인 된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잘한 것 이라곤,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영어 연설, 중국 칭화대학에서의 중국어 연설만이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선거철 빼고는 또 다시 공주님의 자리로 되돌아 오는 듯 하다. 2017년 대선까지, 불과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에게 공주님으로만 남아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