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이러한 마을행사가 있는지 모르지만 필자가 포항에 이사 오고 몇 년후인 약 15년 전, 통통배가 앞바다 꽤 멀리까지 나가며 둥그렇게 그물을 풀어놓고 육지 양측에서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영차 영차 그물을 끌어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곳은 도심에서 가깝고 영일만의 아름답게 전망되는 경사진 언덕배기 마을이다.
그곳에 학교도 있고 꽤 많은 이들이 모여 살지만 집들은 꽤 낡았고, 농촌과 어촌의 모습을 지니는 소박한 곳이었다. 가끔 횟집 순례상 그 앞길을 지나쳐보기도 했지만 그 동네 안쪽으로 해서 언덕배기 정상까지 올라 가 본 것은 10년전 쯤인 것 같다.
그 마을 작은 뒷산을 넘어가면 넓은 평지가 있고 신도시형태의 주거단지들이 들어선지 5~6년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바닷가 마을은 그리 큰 개발의 흔적 볼 수가 없었고 필자의 기억에서도 멀어져 있었다. 다만 그곳이 포항에서 가장 전망 좋은 언덕배기라는 것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여름 해외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동네 후배들과 커피 한 잔 하러 간 곳이 그곳에 새로 생긴 커피숍이다. 한가한 길 모퉁이에 차를 세우고 1층 카운터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넓은 창을 통해서 해변가의 선착장과 조그만 고깃배들이 보이고, 멀리 영일만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차 재정비 되어질 것으로 보아지나 주변 집들은 대부분 낡은 모습 그대로이다. 이 커피숍의 주인이자 건물주는 건축이나 장사와는 관계없이 살아 왔는데 워낙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이곳에 땅을 사서 3층으로 집을 지어 3층은 살림집으로 1~2층을 직접 운영하는 커피숍으로 꾸몄다고 했다.
대지가 똑바른 모양도 아니고 평평하지도 않아서 건축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본인이 `헤이리예술마을`을 포함하여 많은 곳을 가보고 예쁘게 짓기 위해 직접 공부를 많이 해서 담당한 건축사가 애를 먹었다고도 했다.
이 마을은 원래가 어촌이자 농촌마을인데 아직도 해녀가 다섯 분이 생존해 계신다고 했다.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지만 제주도의 해녀들도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고령화 되어가고 있다. 50대 후반이나 60대가 가정 젊은 그룹들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만 해도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가보면 제주도 해녀들이 원정물질을 왔었다. 젊은 해녀들이 많아서 이웃에 민박하면서도 가슴 설레었던 기억들이 남아 있다. 이때는 꽤 많은 제주 해녀들이 지역남성들을 만나 현지에 남게 되었다고 들었다. 이분들도 그러한 경우가 아닌지….
집주인과도 이야기하고 주변경관 감상에 시간을 쏟다가 여독을 못 이겨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좀 더 자주 찾아갈 동네라고 생각하면서….
요즈음 도시개발의 화두인 도시재생은 낙후된 곳을 모두 허물고 대규모의 아파트나 상가를 지어내는 것이 아닌, 있는 마을의 모습을 되도록 많이 보전하고 커뮤니티의 활동들도 보전하면서 현지개량을 추진하는 것이다.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이 분명 비교되는 장단점이 있지만 요즈음 대세는 도시재생이다.
이 해변마을도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잘 잡고 있다고 보나, 큰 건물이나 새건물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전통적인 모습들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새로 짓더라도 주변과 조화되는 스케일로 조화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이 마을에서는 앞으로도 고기잡이도 많이 하고 해녀들도 작업을 계속하고 어촌마을의 연례행사들도 맥이 끊이지 않고 잘 이어져서 영화에 나오는 이탈리아의 해변마을과 같이 아름다우면서도 관광객이 찾는 동해안의 특징적인 어촌마을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특히 마을전체의 고기잡이 축제를 매달 날을 정해 시행한다면 그 무엇보다도 좋은 관광거리가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