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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의 바그마티강에서

등록일 2014-11-05 02:01 게재일 2014-11-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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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카트만두의 아침이 밝아온다. 전날 사놓은 바나나, 오렌지, 사과 등으로 가볍게 아침을 먹었다.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바그마티강`으로 갔다. 이곳은 `파슈파티나스`로 불리는 화장터와 힌두교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입구에서 고용한 안내원과 함께 일인당 1천루피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섰다.

강가는 시체를 태우는 시설들이 있고 주변에는 크고 작은 사원들과 탑들이 줄지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 바그마티는 갠지즈의 지류로서 물은 매우 혼탁한데 사람들은 이 강가에서 주검을 태워서 장사지내고 있다. 힌두교도들은 죽으면 24시간 내에 물을 만나야 한다고 한다.

주변에는 수없이 지어진 탑형태의 제단들이 있다. 그 안에는 거의 같은 형태의 구조물이 있는데 남녀 생식기관의 모습이라서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성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원숭이신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 네팔의 역사답게 힌두교 사원과 후에 세워진 라마사원이 혼재하고 있다. 주변에는 소의 배설물들이 냄새를 풍기고 있다. 신성한 동물의 배설물이라서인지 아무도 치우지 않는 것 같다. 더운 햇빛아래 많은 순례객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있다. 힌두여인들이 작은 악세사리 등을 사라고 외치고 있다. 팔다리 없는 사람들이 길에 누워 구걸하고 있다. 비둘기들이 온 광장을 메우고 있다.

점심은 서양식 식당에서 먹게 되었다. 미국인 노부부들과 어울려서 네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미국 뉴저지에 살며 같은 교회를 다니는데 일 년에 몇 차례 휴가를 내어 네팔 산골마을의 학교를 돕는다고 했다. 이들은 필자를 보고 네팔을 다녀온 것이 아니라 카트만두를 다녀왔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네팔 자체가 다양한 지역으로 구성되고 다양한 종족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에 카트만두에서 그리 멀지 않은`북만띠`라는 지역을 다녀왔다. 카트만두에서 교외로 벗어나자 길 아래로 푸르른 초원이 펼쳐졌고 그곳에 한 부족의 마을이 있었다.

차를 세우니 광장 주변에 3~4층 높이의 낡은 벽돌집들이 연이어 있다. 언제 지어졌을지 가늠하기 힘든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들이 연결된다. 각 건물에 여러 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매우 작고 그 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다.

그곳 거주자들은 티벳 계통의 얼굴들을 하고 있는데 매우 조용하고 친절해 보인다. 길은 쓰레기와 오물로 더러워져 있는데, 많은 개들이 낮잠을 자는지 짖지도 않는다. 길가에 오리들이 떼 지어 있는데 몇 군데나 커다란 사각형의 빗물저장용 호수가 그들의 터전인 모양이다. 물의 색깔이 검고 푸르게 섞여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빨래도 하고 물을 길어가기도 한다. 동네 가운데 광장에 힌두교와 라마교식 사원과 돌탑들이 있다.

도심으로 되돌아오면서도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이 마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러한 곳 주민들의 삶의 질이 어떻게 높여질 수 있을 것인가? 공장이 들어설 수 없다면 농업 및 농산물가공업을 좀더 육성시켜야 할 것이다.

도시며 교외 마을들의 부족한 인프라 제공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도시의 지나친 확산과 난개발을 막는 것이다. 카트만두 주변의 아름다운 초원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는 집들로 인해 자연파괴가 극심하고 비정형의 좁은 길로 인해 교통체증도 빈발하고 있다.

지금은 구름에 가려 있지만 이곳 사는 사람들은 며칠에 한번씩 히말라야의 눈 덮인 고봉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난개발속의 가난한 도시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지척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수명이 2~30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서 67살 정도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아직도 50살 전후인 곳도 많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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