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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자금도 성과시스템 도입해야

등록일 2014-11-26 02:01 게재일 2014-11-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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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

우리는 흔히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것을 흥청망청 쓴다고 한다. 흥청망청의 유래는 연산군이 채홍사를 시켜 조선팔도에 미색이 뛰어난 기생(궁궐로 들어오면 명칭이 흥청으로 격상)을 불러들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놀아나는 등 엉망으로 국사를 이끌다가 중종반정으로 왕좌에서 쫓겨나고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서 흥청과 놀아나다가 망했다고 해서 흥청망청이란 말의 유래가 됐다. 우리도 주변을 둘러보면 돈을 물 쓰듯, 흥청망청 거리다가 인생을 망치는 경우를 가끔 보기도 한다.

가끔 언론에 R&D자금을 불법으로 편취하다가 걸렸다는 보도를 보게 된다. 유령회사를 만들어 회계증빙, 세금신고 등을 정상적으로 처리해 일부 자금을 되돌려받거나, 연구개발 용도가 아닌 생산용으로 재료를 과다하게 사는 수법, 기존 보유장비를 신규 장비로 사들인 것처럼 허위 보고하는 수법, 인건비 자금을 운영자금 계좌로 송금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R&D 자금을 흥청망청 쓰다가 걸린 것이다.

산업자원부에 조사에서도 최근 4년간 총 528억원(265건)의 연구비가 부정행위로 편취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아직도 R&D 자금을 눈먼 돈이나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고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에서 R&D 투자를 매년 확대해도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는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를 한다고 모두다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는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는 없다.

따라서 R&D 성과를 높이기 위해 묻지마식의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R&D 투자에도 실질적인 경제가치 창출 효과를 검증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원구 시의원이 대구의 대표적인 R&D 기관 중의 하나인 대구디지탈산업진흥원(DIP)의 R&D 투자 부실을 지적하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DIP는 대구시가 `첨단 디지털 산업도시`육성을 명분으로 정보통신부가 74억원을 들여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과 지역업체의 정보기술(IT) 지원을 맡고 있다.

벤처기업 등 소프트웨어 업체의 연구개발 사업 명목으로 정부와 대구시로부터 연간 100억원가량을 지원받는 DIP는 출범 13년이 지난 동안 기술 이전이 미미하고 사업 실적도 부진한 등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DIP의 자체연구개발사업은 지난 5년간 완료된 8개 사업에 56억여원이 투입됐지만, 매출은 113억여원에 불과하고 이를 기업이익으로 환산했을 때는 고작 8억여원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실정이다.

기술이전 실적도 4건, 기술이전수수료는 2건에 3천여만원에 불과하며 8개 사업 중 투입예산 대비 수익을 기록한 사업은 전혀 없고 성과가 제대로 측정되지 못한 사업도 1건 있는 등 제대로 된 성과측정 시스템도 없다.

`실감게임콘텐츠 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 사업`의 경우 38억여원을 투입했지만, 매출액은 50억원에 불과하고 기업이익으로 환산하면 3억여원으로 투입대비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8억여원이 투입된 `실감미디어산업 연구개발 기반구축 및 성과확산사업`은 성과 집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기업지원 사업도 2013년 사업 38건에 19억여원이 투입됐지만, 이로 인한 매출은 27억여원에 불과하고 이를 기업이익으로 환산했을 때는 1억8천여만원밖에 되지 않는 등 기술수익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DIP가 사업성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지원하는 바람에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인 창조경제에 첨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기관이 설립한 지 13년이나 흘렀는데도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R&D 자금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도덕적 해이가 더 팽배해지기 전에 관계기관의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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