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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정책 이래선 안된다

등록일 2014-11-28 02:01 게재일 2014-1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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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정부가 최근 울진과 영덕지역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을 두고 지역민들과 직접 협상에 나섰다. 울진지역은 큰 무리없이 2천800억원 수준의 대안사업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으나, 영덕지역에서는 아직도 지역민들의 불만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은 듯 하다.

사실 원자력발전소를 고향 마을에 유치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정부지원금으로 고향발전을 이루기 위해 유치운동을 벌이는 쪽의 심정도 이해되지만 만일의 경우 원전사고를 걱정해 유치반대를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그런데 지난 주말 울진과 영덕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사업비 협상과정을 들여다 보노라니 문득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진에는 원전이 6기가 있고, 앞으로 신한울원전 4기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지금 들어서 있는 원전은 권위주의 정권시대에 원전의 위험성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시절에 세워졌다. 주민들도 원전에 대한 위험성이나 세부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였고, 중앙정부도 지역주민에 대한 특별한 배려없이 소정의 지원금으로 주민들을 달래며 생색을 내왔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원전에서 방사능유출 등의 사고가 벌어질 경우 지역주민들이 감수해야 할 피해는 필설로 논하기 조차 어려운 것이다. 살아 생전 다시는 고향에 발을 디딜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게 원전의 위험성이자 냉엄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역주민들이 바라는 지원사업비 몇백억원을 주니 못주니 흥정을 벌이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주면서 `거지 동냥주듯`해서야 되겠는가. 이번에도 울진지역 주민들이 지원사업비를 올려달라고 하자 정부 관계자는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다가 지원금을 조정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전례가 없는`이유가 예전에는 국민들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허락을 얻지 않고 슬며시 세웠기 때문은 아닌가.

정부의 지원사업비 책정 기준도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방폐장이 들어서는 경주지역과 원전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인 울진·영덕지역을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경주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3천억원에 플러스 알파, 그리고 한수원 본사 이전 등의 혜택을 받았다. 그에 비하면 울진 영덕에 대한 지원은 터무니없이 적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가 길 뿐 어떤 경우라도 폭발하거나 방사능유출로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 이에 비해 원전은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사고위험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우리나라 원전은 절대 사고나지 않는다며 안전을 자신하지만 100% 안전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원전이 100% 안전해도 주변 지역민들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원전이니 지원사업비는 후하게 책정돼야 한다. 더 나아가 최근 추진중인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경북 설립은 물론 정부가 국책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동해안원자력클러스터`를 가시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관련 연구소를 울진·영덕·포항 지역에 설립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전 하나 없는 수도권에 원전관련 연구소를 짓는 비효율적인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우리나라 전력정책의 근간을 원자력발전으로 가져갈 생각이라면 기존 원전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원전을 유치하지 않은 지역민들이 원전 유치지역민을 부러워 할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약속한 지원사업비를 내놓으라고 떠들어대야 마지못해 사업비를 내놓는 이런 자세로는 원전정책이 똑바로 가지 못한다. 원전 사업자와 원전 정책 담당자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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