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항지역경제는 그간의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확연하게 눈에 뜨일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발목부터 조금씩 경기가 차오르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지역경제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최초의 시그널은 포스코를 비롯한 지역 철강업의 생산 활동에서 나타난다. 생산이 살아나면 철강제품을 실어 나르는 운수업이 움직이며 생산설비의 수리, 확충과 창고의 신증축 등 건설업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철강업과 이와 연동되는 운수 및 건설업의 3두 마차가 포항경제를 이끄는 주역이다. 이 3대 산업이 활력을 보이면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지갑도 열려 음식숙박업, 서비스업 등 우리 눈에 보이는 지역 내수도 살아난다. 결국 지역경제의 활력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포항시민의 소비지출로 알 수 있다.
다만 지역경기의 처음 시그널인 생산지표의 움직임이 마지막으로 가계소비의 움직임으로 최종 확인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지역 내 가계소비에 대한 확실한 지표가 없어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포항시 중대형마트 판매액의 증가율이 최근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됐다. 하지만 10월 들어 처음 증가로 돌아선 것인 만큼 아직 지역 내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는 아직 풀리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그동안 포항시 가계의 소비지출, 특히 그중에서도 음식료품의 판매가 약세를 보인 것은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만 할 것인가? 정말로 시민들의 지갑 사정이 좋지 않아 작년에 비해 먹는 것을 줄이기라도 한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다만 그들이 지역내 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고 대구, 울산, 부산 등 대도시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이용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본다. 실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구의 코스코 등에서 대량구매로 할인받으면 차비는 충분히 남는다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지역민이 지역에서 소비를 할수록 물류유통이 더욱 활발해져 지역 소상공인들의 물품 도입단가도 저렴해질 것이며 새로운 물품도 포항에 진출할 여지가 생겨나며 결국 대구, 울산이 부럽지 않은 소비 기반이 포항에도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포항도 내년이면 KTX시대를 맞이한다. 지금보다 대도시로 접근성이 강화되면 포항이 갖추지 못한 명품 쇼핑이나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서울, 부산 등지를 찾는 시민들이 많아져 포항시내의 유통 등 소비인프라가 더욱 취약해질까 걱정된다. 즉, 빨대효과가 우려되는 것이다. 대구에서도 KTX 개통 이후 도소매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개통 이후 매출이 늘어난(13.7%) 것 보다는 감소(35.3%)하였다는 응답이 많았다. 포항이라고 다르겠는가?
앞으로 1년 이내에 포항시내의 소비관련 유통부문에는 큰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포항시민들의 소비행동이 포항시내에만 국한될 것이라는 보장은 현재보다 더욱 희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지역 내의 소비기반과 관련된 상공인들은 지금까지의 경영패턴에서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과거 교통오지였던 포항에서야 소상공인들이 물건을 들여오는데 필요한 부가비용을 더한 이른바 포항프리미엄가격이 적용되더라도 포항시민들은 이를 감내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포항시민들의 발을 묶어둘 교통오지 포항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새로운 변화에 하루빨리 적응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의 경영자만이 내년부터 다가올 빨대효과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사람들까지 포항에 소비하러 오게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포항시민은 포항에서 소비하고, 포항시내 소비기반에 종사하는 모든 상공인들은 다른 곳에 굳이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변화하여야만 KTX포항 노선의 개통을 모두가 기뻐할 수 있다. 그래야만 포항도 철강도시만이 아니라 수도권 주민들이 주말에 방문하고 싶은 문화관광소비도시로서의 명성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