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옥 관
칠 벗겨진 창틀 너머
우두커니 파놓은 우물을 들여다보며
제 몸 지우는 꽃나무
한나절 벌떼도 잉잉대다 돌아가고
한줄기 거센 바람에 흩어지는
꽃잎, 꽃잎들
저 살점, 살점들
세상 흐린 물소리는 뿌리 밑으로 고여들어
고름이 되고
그 샘물에 다시 머리를 감는다
어머니, 어두워지는 당신 몸속으로 이 봄날
겹벚꽃이 지고 있어요
세상 흐린 물소리는 뿌리 밑으로 고여들어 고름이 된다는 말이 가슴을 치는 아침이다. 어머니, 그 위대한 모성을 시인은 참참한 어조로 읽어내리고 있다. 어찌 어머니에게도 청춘의 시간, 꿀벌 잉잉대던 시간이 없었으랴만 그것마저 다 자식들과 가정을 위해 내려놓고 이제 늙고 병들어 가만히 어두워져 가는 어머니,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이렇게 헌신적으로 당신의 것을 다 줘버리고 조용히 지워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 거룩한 본능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