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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등록일 2014-12-23 02:01 게재일 2014-1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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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옥 관
겹벚꽃 한 그루 어두워지고 있다

칠 벗겨진 창틀 너머

우두커니 파놓은 우물을 들여다보며

제 몸 지우는 꽃나무

한나절 벌떼도 잉잉대다 돌아가고

한줄기 거센 바람에 흩어지는

꽃잎, 꽃잎들

저 살점, 살점들

세상 흐린 물소리는 뿌리 밑으로 고여들어

고름이 되고

그 샘물에 다시 머리를 감는다

어머니, 어두워지는 당신 몸속으로 이 봄날

겹벚꽃이 지고 있어요

세상 흐린 물소리는 뿌리 밑으로 고여들어 고름이 된다는 말이 가슴을 치는 아침이다. 어머니, 그 위대한 모성을 시인은 참참한 어조로 읽어내리고 있다. 어찌 어머니에게도 청춘의 시간, 꿀벌 잉잉대던 시간이 없었으랴만 그것마저 다 자식들과 가정을 위해 내려놓고 이제 늙고 병들어 가만히 어두워져 가는 어머니,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이렇게 헌신적으로 당신의 것을 다 줘버리고 조용히 지워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 거룩한 본능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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