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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찔한 홀로그램의 세계

등록일 2015-01-12 02:01 게재일 2015-0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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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어찌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인지, 도무지 따라가기가 벅차다. 새해 벽두를 장식하는 기사들 중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이 과학기술이 인간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1940년대에 이미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막연한 상상력이 아니라 실행가능한 창조적인 상상이다`라고 하며 상상력과 실현가능성 둘 다에 무게를 둔 이야기를 했었다. 상상력이 현실로 실현되기 어려운 세계에서 했던 그의 말은 한동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지만, 인간의 상상력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에게는 그 울림이 줄어든 말이다. 실물을 영상으로 대체하며, 현실감을 극대화하려는 인간의 상상력은 홀로그램(Hologram)의 세계를 창조해 보여주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서울에서 모 가수가 홀로그램 공연을 한다고 한다. 무대 위에는 실재 가수가 아닌 3D 입체 영상의 가수가 등장을 하니, 영상 속 가수가 노래를 부르거나 실재가 아닌 진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런 방식의 홀로그램 공연은 이미 2014년 1월 동대문에서 KT가 미래창조과학부,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홀로그램 전용관 `K라이브`를 열어 `한류 콘텐츠`를 알리는 공연들에서 볼 수 있었다. 이 홀로그램 전용관에서는 한류 스타들이 직접 공연을 하지는 않지만, 빅뱅, 2NE1, 싸이 등 유명한 한류 스타들의 공연을 매우 실감 있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관람한 5만여 명의 관객은 국내 최대 공연장인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가득 메울 수 있는 수준의 인원이라고 한다.

홀로그램 공연이 고해상도의 미디어 연출을 통해 마치 실제 공연장에 가서 즐기는 것과 같은 현실감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원인은 14.2채널의 서라운드 음향시스템과 화려한 조명, 건물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해서 영상을 보여주는 시스템 등 다양한 홀로그램 관련 기술적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한다. 홀로그램 기법은 공연뿐만 아니라 선거유세에도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2014년 인도 15대 총리가 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가 총선에서 보다 효율적인 선거운동 아이디어를 짜내던 중 홀로그램을 기법을 떠올려, 가상 선거 유세전을 시도했다고 한다. 무대 상단에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무대 위에 모디의 3D 홀로그램 영상을 비추자, 무대 위에 나타난 홀로그램 후보에게 인도의 유권자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영국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Dennis Gabor, 1900~1979)가 1948년에 홀로그램의 원리를 발견해서 명명했고, 레이저 광선의 발견 이후 홀로그램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두 개의 레이저광이 서로 만나 일으키는 빛의 간섭 효과를 이용해 3차원 입체 영상을 기록한 결과물이 홀로그램이다. 실감 미디어 영상의 최종적인 기술 개발은 3D 홀로그램 영상으로 귀결된다고 하는데, 홀로그램은 `완전하다`는 `holos`와 `그림`이라는 `gram`의 합성어로 `완전한 그림`이라는 뜻을 지닌 용어이다. 결국 홀로그램이 완전한 그림이니 실물과 똑같은 그림이라는 것인데, 사람들이 한류 스타들을, 모디 유권자를 실제로 만나는 것만큼의 감동을 주는 리얼함이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그림이 주는 효과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홀로그램 영상기술에다 IT(정보기술)·BT(바이오기술)·NT(나노기술) 등의 R&D(연구개발)이 첨가되면, 실제로 화려한 음식 냄새를 직접 맡으며 영상을 즐기는 실감형 TV의 등장은 물론이고, 홈쇼핑 방송을 보면서 상품의 질감도 촉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이렇게 어찔한 세상에 살고 있는 나는,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할 수 있는 인간만이 진짜 인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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