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 내려놓고 살지 못하는 말 중에 하루만 더, 라는 말 있지 어릴 적 집에 손님이 오면 하루만 더 자고 가라 매달리곤 했는데 몰래 신발까지 감추며 붙잡다 떠나고 나면 그림자 따라가며 하염없이 훌쩍이기도 했지 살아생전 어머니는 훨씬 더하셨지 짠한 친정붙이는 말더라도 뜨내기 방물장수에 새우젓장수에 체장수 아낙들까지 하룻밤 묵어가라 불러 앉히곤 했으니, 얼마 전 북쪽의 위원장 다가와 하루만 더 있다 가라 우리 대통령 앞에 손 내미는 걸 보았지 슬쩍 동네 아저씨처럼 다가들던 그 얼굴, 아직도 엎어지고 싶은 말 중에 하루만 더, 라는 그 말 있지
삶은 늘 불안하고 불확실한 것이다. 몇 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기암환자에게 내려진 선고만큼이나 예기치 않은 사고에 방치된 오늘의 삶 역시 불안하기 그지없다. 시인은 무한정으로 주어진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내야할 시간이라는데 이 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에게 하루만 더라는 절박한 순간이 온다면 어떤 심정으로 종말을 맞을 것인가를 생각해봄직한 물음을 던지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