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영 영웅인 박태환 선수가 국제반도핑기구의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적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박태환 선수는 `마린보이`라는 별명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영 선수이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작년에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7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나는 박태환 선수측의, `네비도`가 금지약물인지 몰랐다는 해명을 믿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는 왜 `영웅`을 만들지 못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국제반도핑기구는 작년 9월 중순 경 박태환 도핑테스트를 했는데, 그 결과 금지약물인 안드로스테네디올이 검출됐다고 한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은 박태환 선수가 2014년 7월에 맞은 네비도 주사 때문이었다. 이 주사제는 주성분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계열인 발기부전치료제라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계반도핑기구의 금지 약물로 지정돼 있다. 국제수영연맹의 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은 아시안 게임 메달을 모두 박탈당하고, 2년 동안 출전 금지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최근 검찰은 박태환 선수에게 네비도 주사를 처방한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한다. 담당 의사는 네비도라는 약이 금지약물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 의사는 남성호르몬은 몸에 있고,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성분이기 때문에 `도핑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고, 도핑에 걸리는 약물이 아닌지 문의하는 선수 측에도 그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보면, 환자는 의사의 설명을 믿고 약물을 투여 받은 잘못 밖에는 없다. 하지만, 이미 많은 언론이나 네티즌 등은 박태환 선수측이 네비도가 테스토스테론을 주성분으로 하는 발기부전치료제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을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선수를 의심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선수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의 운영 문제(아버지가 사장, 형이 이사)를 들먹이며, 한국수영연맹의 관리를 받지 않은 탓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언론의 입을 빌린 한국수영연맹의 입장은, 박태환 선수가 연맹의 관리를 받지 않고 가족이 꾸린 매니지먼트사의 관리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도핑판정을 받는 결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태환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가 수영연맹과 매끄럽지 않은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구체적 이유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선수의 이익을 대리하고 그를 보호해야 할 기관이 선수와 불화를 겪고, 선수를 비방하는 보도 자료를 내고, 선수를 방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박태환 선수의 선전으로 연맹을 포함한 수영 산업 관계자들이 얻었을 이익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선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면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박태환 선수 역시 `어떤 꼼수`를 기대하면서 그 약물을 복용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의사의 업무상 과실 치사에 의한 것인데도, 선수가 피해를 입는다면 이는 정말 억울한 일이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될 정도로 선수 관리를 소홀히 한 연맹도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박태환 선수의 도핑 논란을 보면서,`공든 탑이 작은 개미 구멍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리고 영웅을 만들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어떤 분위기가 아쉬웠다. 우리 사회에 `아기 영웅` 들이 등장할 때, 사회 구성원들은 소속 집단의 이익에 대한 손익계산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진정 `영웅`으로 커가도록 도와주는 데에 더 관심을 쏟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