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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에서 난민은

등록일 2015-04-22 02:01 게재일 2015-04-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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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BR/>정치경제팀장·국장
▲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

리비아 해안에서 난민 950명이 탄 배가 지난 18일 밤 전복됐다. 생존자는 28명에 불과했다. 내전과 가난을 피해 유럽에서의 새 삶을 꿈꾸는 난민들은 지리한 내전을 이어온 리비아와 시리아,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출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교롭게도 난민선이 전복하던 날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는 수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구조하는 이탈리아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을 공식 방문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유럽과 국제사회가 이바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도 “지중해는 무덤이 아니라 바다”라며 EU로 향한 난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했다.

한국의 정치상황만도 버거운데 국제난민 문제를 언급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탈리아 총리는 “리비아의 안정은 단지 몇 차례의 공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일한 해결책은 리비아에 평화가 깃들도록 하고, 제도를 안정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효과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검은 돈으로 얼룩진 한국 정치판을 검찰수사와 같이 몇차례 물리적인 공습만으로 해결하겠다는 기대는 특히 한국 정치에서 무용지물이다.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접하는 국민들은 우리 정치를 국제분쟁의 불씨격인 리비아의 반군보다 못한 집단으로 경멸하고 있다.

그런 집단에 의해 자행되는 범죄야말로 무기력한 국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반군의 행태와 다를 바가 뭐 있을까?

국민들은 이 엄중한 한국 정치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그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학습효과가 반복되면서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 정경유착의 고질병은 한국 현대사 내내 암세포의 변이를 거듭하면서 불치병이 돼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을 추론해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독대했다. 대통령이 출국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여야가 총리 해임안 제출을 놓고 대립했다. 총리가 결백을 주장하며 버티다 사퇴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이 귀국하고 총리 사퇴를 처리한다. 새 총리가 누가 될 것인가가 또다른 핫 이슈가 된다. 검찰 수사결과가 나온다. 야당은 수사결과가 `꼬리자르기`라고 수용을 거부한다. 특검논의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정국을 맞는다. 그리고선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 민생을 파탄내고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한국정치판의 게릴라들은 어떻게 퇴치해야 할까? 몇차례 공습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면 정녕 여의도에는 평화가 깃들 수 없는 것인가. 선관위가 궁여지책 하나를 내놓았지만 돈 안드는 정치는 불가능한가란 의구심만 든다.

정치후원금의 `제3자` 또는 `쪼개기` 의혹이 불거지자 인적사항이 기재되지 않거나 부실 기재된 돈을 전액 국고에 귀속시키는 방안이다. 나름 정치후원금의 양성화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틈을 촘촘하게 막는다고 정치판에서 돈이 사라진다고 믿는 국민이 있을까. 그것이 제도적인 안정화의 시도라면 과감한 정치개혁방안의 즉실행, 나아가 김영란법의 빈틈없는 시행을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은 효과적인 협력이다. 사안마다 분노만 쏟아낼 뿐 돌아서면 망각하고 체념하는 우리 국민의식이다. 선거가 왜 있는 것인가. 그런 암적인 존재를 척결해 우리 스스로의 생존권을 지키고 되찾아야 하는 과정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은 지금의 상황을 명심하고 결행해야 한다. 효과적인 협력은 시대를 거스르는 악행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그 해결책을 일치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야 `더러운`정치판에 의한 난민신세를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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