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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욕

등록일 2015-04-28 02:01 게재일 2015-04-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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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교수

3박 4일 일정으로 뉴욕으로 단체 관광을 가게 되었다. 14년 만에 가는 뉴욕이라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렜다. 미국에는 수많은 도시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보스턴 다음으로 뉴욕이 특별한 느낌을 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비롯한 수많은 미술관 및 박물관, 뮤지컬 극장, 그리고 쇼핑센터 등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곳이 바로 뉴욕, 맨해튼이다.

첫날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저녁 먹기 전에 걸어서 타임 스퀘어에 가니, 타임스퀘어 중앙전광판에 현대 자동차 선전이 떠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관객의 시선을 끄는 것은 건물 여기저기 가득 붙어 있는 뮤지컬 광고판들이다. 아무래도 뉴욕을 가장 매력 있게 만드는 것들 중의 하나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 아닐까 싶다.

나는 여행의 둘째 날 저녁에는 `맘마미아`를, 셋째 날 저녁에는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다. `맘마미아`는 아바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고,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창작 뮤지컬이다. 이 두 개의 뮤지컬은 크게 성공하여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다. 둘 다 모두 좋고 아름다운 뮤지컬이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은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뮤지컬의 전체적인 내용이 원작과는 조금 달라졌고, 2004년 12월에 개봉됐던 영화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게 재구성되어 있었다. 원작에서 관객의 몰입감을 느슨하게 하는 장면들이 삭제되어, 극의 구성이 더욱 치밀해졌다. 이미 영화 DVD로 반복해서 봐서 거의 외우다시피하고 있는 각 장면들의 노래들을 마음속으로 따라 부르면서, 뮤지컬을 보는 재미도 꽤 괜찮았다. 더욱이 공연이 끝났을 때 대부분의 관객들과 함께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다보니, 이날 공연이 왠지 더욱 특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간 중국학자가 뮤지컬의 몇몇 부분을 흥얼거리며, 함께 보자고 해준 것에 대해서 고맙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녀는 뉴욕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면서, 영원히 뉴욕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뉴욕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든가 하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뉴욕에는 영원히 살고 싶은 느낌이 드는 매력 있는 요소들이 많은 곳이기는 하다.

뉴욕을 특별한 곳으로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미술관이다. 둘째 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갔다가, 시간이 허용되는 대로 이집트 관과 19세기말 20세기 초 유럽 미술을 중심으로 보고 왔다. 미술관의 십분의 일도 채 보지 못하고 두 시간 만에 나왔을 때는 너무 죄책감에 가까운 아쉬움이 들었다. 나머지 부분을 보고자 하는 욕망도 내가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이유가 될 것 같다.

단체 여행의 일정에 쫓겨 허겁지겁 미술관의 보물들을 스치듯 보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혼자 가서 마음이 꽂히는 그림들이나 보물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듯이 보고, 느끼고 하는 것이 더 좋다. 미술관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같이 가서 보는 곳은 아니며, 혼자 몰입하고 즐기는 장소이다. 이것은`빨리빨리`를 요구하는 현대의 템포와는 많이 다른 것이기에 미술관은 관람객들에게 어떤 해방감과 편안함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점에서 문화는 곧 `돈`의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력이 높아질수록, 교육받은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문화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서울과 뉴욕-특별히 맨해튼을 비교해 봐도 이런 점은 눈에 띤다. 서울도 문화의 도시로 점점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인들이 오고 싶어 하고,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그런 곳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서울도 언젠가는 이런 곳이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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