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결산심의가 있었는데 지난 연도이니 그냥 넘어가자는 의견이 대다수라 그냥 넘기고, 졸업앨범 심의는 교장이 조달요청 계약을 통해 앨범을 제작하고자 한다고 하고 6학년 부장이 들어와 이러저러한 앨범이 있는데 심의하라며 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의견은 논의도 못하고 거수투표로 했습니다. 수련회 건도 다른 의견은 토론의 대상도 되지 못하더군요. 안건을 심의하기에 앞서 교장이 이렇게 하겠다고 말하니 무슨 심의가 되겠습니까? 처음 회의라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시간을 끌었더니 난리들입니다. 끝나기가 무섭게 위원장이 식사 대접한다고 먹으러 가자네요. 시간없다고 ××들 하더니…”
학교운영위원회에 참가한 한 학부모위원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을 보면 한 마디로 교장의 입맛대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리고 위원들은 제대로 교장을 견제도 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학교운영위원회가 모두 이렇게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도 학교운영위가 제대로 운영되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을까?
최근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각급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임원의 임기를 현행 `임기 1년에 계속 연임`에서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일부 관련단체에서는 “유착 및 특혜소지 차단 운운하며 학교 운영위원들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시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구(字句)를 문제 삼아 딴죽을 거는 모양새다. 이번 조례개정은 학운위의 투명성 제고와 공평한 기회 제공, 학운위 임원의 장기 연임으로 인한 유착방지와 특혜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학교운영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근거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학교운영위원장에 대해 연임 횟수 제한,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정비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지역 일부 단체에서 주장하는 `유착방지`라는 표현은 당시 권고사항에 포함된 내용이며, 시의회 학운위 조례개정에서도 사전에 이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에서 학교운영위원장에 대해 연임 횟수 제한,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을 정비하도록 권고하고 `유착방지`라는 표현을 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그동안 학교장을 견제해야 할 학운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게다.
학교에서 학운위원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모금행위가 이뤄지거나, 교장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학운위를 구성하는 등 편의적 방편으로 악용하거나, 심지어는 학교발전기금을 빼내 교사들의 운동복 구입이나 술을 마시는데 사용하는 등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학운위는 엄연한 법적기구로 학칙 제·개정, 학교 예·결산, 학교 교과의 운영방법, 교과 도서 및 교육자료 선정, 학교 급식에 관한 사항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교육활동에 대한 심의 또는 자문하는 게 주요 역할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서는 학교장은 학교 운영에 관한 거의 모든 사안을 결정하기에 앞서 학운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학운위가 사실상 학교장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견제장치인 셈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설립 전까지만 해도 교장은 사실상 학교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학운위가 설립되면서 민주적인 학교운영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지던 학교의 의사결정에 학부모들이 참여할 길이 열린 셈이다. 학교는 우리들의 아들과 딸들이 꿈을 지켜주고 키워주는 장이다. 따라서 학교가 바로 서야 우리 아이들이 바로 서게 된다. 이런 학교를 바로 세우는 가장 기초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가 학교운영위원회이다. 학운위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주인정신을 가지고 견제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