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BR>시향 정기연주회 이끌어
`친절한 지휘자``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 박성완<사진> ….
호된 퇴임 이후 10년 가까이 지났다. 포항에서 연주회를 또 다시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웬만한 포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얼굴을 기억해 낸다. 10여 년 전 포항시립교향악단 연주회에서 봤다고 먼저 안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제2대 포항시향 지휘자로 퇴임할 당시(2008년) 사전 통보 없이 하루 아침에 지휘봉을 놓아야 했지만 그는 척박했던 포항 문화계에 후배들의 예술에 대한 꿈과 사랑을 심어주고 문예부흥을 일으킨 주역의 한 사람으로 회자되는 예술인이다.
박성완 지휘자가 회상하는 당시의 풍경이다.
“당시 저의 퇴임에 대해 단원들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동호인들에까지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습니다. 왜 갑자기 지휘자가 바껴야 하냐는 것이죠. 사실 당시에는 단원들이나 시민들의 영향력도 없었죠.”
그의 말대로 예술계엔 아무런 영향력이 없어 시에서 갑자기 내려지는 이상한 인사가 종종 생겼다.
박 지휘자는 “당시에는 새로운 도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나를 재위촉하지 않는다는 시의 입장에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다시는 포항에서 연주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고 웃었다.
포항에서의 연주회를 갖기로 결정한 것은 “오랫동안 상임 지휘자가 공석에 있는 옛 단원들과 다시 호흡을 맞춰 힘과 용기를 전해주는 것이 옛 정을 갚는 일이 되겠다”는 혜안이 작용했다.
“사명감과 기량향상에 매진해 주기를 요구하는 혹독한 지휘자를 재임용 해 달라고 운영자 측에 요구했던 단원들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사랑의 마음이 더 크게 동한 것인지도 모른다.
포항을 떠난지 10여 년이 다 된 박 지휘자의 포항 무대로의 회귀를 알리는 SNS가 기자에게 곳곳에서 온다.
포항시향 동호회에서는 몇 개월 전부터 그의 무대를 기다리며 별도의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10여 년을 뛰어 여러 계층을 아우른 감동을 반영하듯 박성완 지휘자의 포항시향 제143회 정기연주회 객원지휘 입장권 예매는 순항 중이다. 박 지휘자의 연주는 오는 21일 오후 7시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
박성완 지휘자와 17일 인터뷰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특유의 음악 해설과 자상한 포즈로 객석을 무대로 빨아들였다. 포항에서 다시 연주를 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나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 고향 분들과 다시 좋은 무대에서 만나게 돼 감회가 더욱 큰 것 같다. 좋은 음악회가 될 것이다. 많이들 오셔서 관람해 주시면 좋겠다.
- 음악회 주제를 `차이콥스키의 명곡`으로 정했는데.
△러시아가 낳은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인 차이콥스키는 인간 내면의 깊은 감성을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담아냈다. 한국인에게도 그 위대한 음악성으로 세대를 초월해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음악회에선 아름다운 선율과 벅찬 환희를 동시에 안겨주는 그의 명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교향곡 4번`과 발레명곡 `호두까기인형`중 아름답고 경쾌한 선율의 모음곡,`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작품 35`등 총 3곡이다.
-실력있는 젊은 연주자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웅이 협연하는데.
△따뜻함으로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웅은 예원학교,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06년 모스크바 국제 콩쿠르에서 1등 수상을 한 뒤 러시아로 떠나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2007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수상해 국제무대에서 음악적 기량을 인정받았던 그는 현재 대전시향의 제2악장으로 활동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지휘자 박성완=1950년 포항에서 태어나 계명대 음대와 동 대학원 및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음악원 지휘과를 졸업했다.
대구·울산 시립교향악단·네덜란드 STTARD 챔버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레닌그라드 심포니 오케스트라·러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객원지휘자를 역임했다. 지난 1998년 8월부터 2008년 1월까지 포항시립교향악단 제2대 상임지휘자, 2010~2014년 경북도립교향악단 제4대상임지휘자를 지냈다. 부산대 음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올해 2월 정년 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