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캐나다의 토론토를 짧은 일정으로 갔다 왔다. 여행 목적은 토론토 대학의 한국학 교수를 만나는 거였지만, 토론토가 나이아가라 폭포와 가깝기 때문에 겸사겸사 여기도 함께 다녀왔다. 토론토의 시외버스정류장(Coach Bus Terminal)에서 메가 버스를 타면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다.
나는 함께 간 일행과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의 간이 버스터미널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나아이가라 폭포까지는 또 한 30분 정도 걸어가거나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너무나 조용하고 한적한 거리에 단층집들이 길을 따라 나란히 서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다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 너머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나이아가라 폭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폭포의 위용은 사람의 눈을 황홀하게 하고,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폭포의 실물을 직접 눈으로 보니, 새롭고 신기한 것을 접하는 듯한 황홀한 마음이 밀려왔다.
하지만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100퍼센트 즐기고 가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 온 관광객이 반드시 해보아야 하는 것은 관람용 배 타기이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이슬비처럼 내리기 때문에, 그냥 타면 옷이 젖는다. 그래서 탑승자들은 반드시 우비를 착용해야 한다.갑판에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들을 태운 배는 폭포를 향해서 점점 가까이 가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탑승객은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폭포를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점점 배가 말굽 모양의 폭포 바로 밑으로 가까이 가자 강물에 부딪혀 튀어 올라오는 하얀 물방울들과 위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서로 섞여 옷과 얼굴에 쏟아졌다. 배가 폭포에 가까이 갔을 때는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듯이 물이 얼굴과 몸으로 쏟아졌다. 우리들은 물의 습격을 피해 돌아서지 않을 수 없었다.
폭포가 선물해준 물 폭탄을 맞으면서 우리 중 한명이 갑자기 “I`m happy”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은 내 입에서 또 다른 사람의 입으로 도미노처럼 번져갔다. 폭포수가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바람과 얼굴과 목 그리고 손등으로 떨어지는 무수한 물방울들의 차가운 그리고 시원한 느낌들은 우리들 마음속에 순수한 기쁨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 동안 `행복해`라는 이 말은 오랫동안 우리 마음속에서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관람선에서 내린 후, 우리 일행은 나이아가라 폭포의 상류로 향했다. 상류 쪽은 폭포의 위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깊지는 않지만 넓은 강폭을 따라서 하나는 직선, 하나는 말굽 형의 절벽이 형성되어 있고, 이 절벽 위에서 아래로 강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흘러내려와 떨어지는 물줄기들은 햇볕을 받아 에메럴드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관람객들이 만들어내는 소음들이 모두 소거된 채, 나와 강물만이 그곳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함께 간 일행에게 “미술관의 어떤 그림보다도 이게 더 아름다운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어떤 예술품도 현실을 완전히 재현하지는 못하지”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내 느낌은 그랬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았던 모나리자도 뉴욕의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서 보았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에메럴드빛의 강물 색만큼 더 아름다운 색깔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순수한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이런 감정들은 인공물보다는 자연물을 보았을 때 그 강도가 더 큰 것 같다. 축적된 문서적 평가나 어떤 종류의 비평의 역사도 없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수많은 비평과 찬사가 바쳐진, 그래서 그것이 몇 권의 책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예술 작품들보다도 더 아름답고 장엄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재현불가능`한 아름다움에 속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