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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젖다

등록일 2015-07-06 02:01 게재일 2015-07-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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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제 림
공양간 앞 나무백일홍과

우산도 없이 심검당 섬돌을 내려서는

여남은 명의 비구니들과

언제 끝날꼬 중창불사

기왓장들과

거기 쓰인 희끗한 이름들과

석재들과 그 틈에 돋아나는

이끼들과

삐죽삐죽 이마빡을 내미는

잡풀꽃들과

목숨들과

목숨도 아닌 것들과

함께 젖는다는 공통의 정황 속에 자연도 중창불사 기왓장도 비구니들도 잡풀들도 사람도 다 들어있다. 모두 비에 젖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찰 경내의 많은 요소들이 서로 기대며 도우며 함께 젖는 것은 아름다운 상생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무 조건 없이 똑 같이 비에 젖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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