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제 림
우산도 없이 심검당 섬돌을 내려서는
여남은 명의 비구니들과
언제 끝날꼬 중창불사
기왓장들과
거기 쓰인 희끗한 이름들과
석재들과 그 틈에 돋아나는
이끼들과
삐죽삐죽 이마빡을 내미는
잡풀꽃들과
목숨들과
목숨도 아닌 것들과
함께 젖는다는 공통의 정황 속에 자연도 중창불사 기왓장도 비구니들도 잡풀들도 사람도 다 들어있다. 모두 비에 젖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찰 경내의 많은 요소들이 서로 기대며 도우며 함께 젖는 것은 아름다운 상생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무 조건 없이 똑 같이 비에 젖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