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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연평해전`

등록일 2015-07-07 02:01 게재일 2015-07-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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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지난 한 달간 온 국민을 불안정국으로 이끌었던 메르스 사태가 이제 어느 정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지역민들의 분주한 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한 주 였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에서 발단된 일이라도 방심이나 안일한 대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하게 된다는 문제를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실감해 본다. 정부의 무능과 대국민 소통 실패가 초래한 이번 메르스 사태 역시 지난해 온 국민을 깊은 트라우마의 충격에 빠뜨리게 했던 세월호 참사의 위기대처 능력과 비교해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말을 이용해 들렀던 시내 극장가에서도 이제는 메르스의 충격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자기관리를 우선적으로 실천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정부가 아닌 우리국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응원함성과 함께 대한민국이 2002 월드컵으로 붉게 물들어갈 때 발발했던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연평해전`은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이 각자 맡은 역할과 의무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월드컵 16강이라는 신화를 넘어 4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온 국민이 TV앞에 모여 앉아 있을 때도 군인이 가져야 하는 국토수호의 의무를 묵묵히 수행하며 당당하게 죽음과 직면했던 참수리 357 고속정의 젊은 영웅 6명이 모든 물음에 그 답을 해주고 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입대한 군인에게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책무이며, 국가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필연적으로 적을 섬멸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기의 목숨과도 바꿔야 할 정도로 절대적이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군인의 임무인 셈이다.

필자가 `연평해전`을 보러 간 날은 개봉된 지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극장을 가득 메운 건 중년의 커플보다는 기말고사를 치루고 주말을 이용해 극장가를 찾은 20대 대학생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영화 중간 중간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여대생의 옆모습에서 그래도 조국을 위해 작열한 죽음을 선택했던 윤영하 정장과 한상국 조타장을 비롯해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중사와 마지막까지 자신의 역할을 지켜나갔던 의무관 박동혁 병장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357 고속정은 서해안 북방한계선인 NLL를 사수하기 위해 남침하는 북한 함정에 함포공격을 하기 보다는 국내에서 진행되던 월드컵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경비정의 선체 뒷부분을 부딪쳐 막는 방어적 작전만을 대응하다 기습공격을 당하고 말았다. 군인으로서 판단과 선택보다는 국가적 명분과 지시를 지켜야 했기에 그들의 희생은 더욱 숭고하고 아쉽게만 느껴진다. 6명의 전사자와 18명의 부상자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메르스의 두려움도 의연하게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을 얻게 되는 지도 모른다.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슬기로운 의지와 국민화합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국민문화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마련되어진다면,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방심한 방역정책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32명의 사망자의 희생 또한 헛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 관람을 마치며 시내를 벗어나는 길에 대로변을 가로 지르는 현수막의 문구가 가슴 깊게 와 닿는다.

“메르스를 이겨낸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노력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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