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나온 말이 미국의 맛집 어플에 나오는 평가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내 주위의 식도락가들은 한결 같이 한국의 맛집 평가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입소문과 실제 음식맛이 일치하는 경우보다는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분이 심각하게 사소하지만 이렇게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평가시스템이 미국의 힘인 듯하다고 말한다. 한국은 이런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한 사회라는 한탄도 뒤따른다.
평가의 신뢰도에 대해 말하다보니 어제 서울대 공대에 발표했다는 공대백서의 내용이 떠올랐다. 이 백서는 “서울대는 연구성과와 세계적 인지도가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탁월한 연구성과를 내는 교수가 적다”며 “교수들에게 단기간에 성과를 보일 것을 강요하고 연구의 질보다 양을 강조하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한국의 연구풍토는 `평가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한국의 상황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교수의 업적평가와 관련해서 `질평가`라는 부분에 대한 신뢰도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질평가`혹은 `정성평가`라고 말하는 이 부분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이 `주관`은 많은경우 정말 객관적기준이 없는 `주관`이 되기 쉽다. 즉, 학문전체의 발전이나 학교 혹은 학과의 발전보다는 `평가자`자신에게 미칠 이해득실이 평가에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사람들은 종종 `정치적판단`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가 `질적인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불신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결과가 수치화 될 수 있는 `양적평가`가 더 중시될 수밖에 없다. 교수업적 평가를 할 때 논문수에 따른 총점제로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탁월한 논문 한 편`보다는 적당한 내용의 논문을 많이 써서 점수를 많이 따는 것이 좋다. 한마디로 현재의 상호평가시스템 하에서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공대백서가 밝힌것처럼 `번트를 치더라도 꾸준히 1루에 진출하는 타자`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대백서는 “학문의 세계에서는 만루홈런만이 기억”되며, “탁월한 연구성과는 언제 얻을 수 있을 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낮은 성공확률에 도전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논문의 질평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평가문화가 없고, 대학의 업적평가가 주로 양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만루홈런`을 기다리며 연구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누군가가 가령 탁월한 연구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타인의 탁월한 성과가 내가 누리는 명성과 권력에 위협이 된다면 언제든지 무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맛집 어플은 미국인이 일상생활에서부터 무엇인가를 평가할 때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하는 것이 습관 내지 문화가 되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도 이러한 문화가 빨리 조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실력이 있는 사람이 정당하게 인정을 받아 언젠가는 `만루홈런`을 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