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종 오
모든 사랑을 품으면서도 큰 산을 품고
술에 취해도 이 세상으로 있어서
아무개가 아무렇게나 와서 놀다가 아무데나 가버려도
골짜기 하나 내어 길을 놓아주면서
기슭에 밟힌 풀꽃들 살려내고 그 품성을
남몰래 뫼굽이에 묻어두고 넉넉하고
술이 깨면 하늘 우러러 삼남에서 관북까지
산줄기 꿈틀대며 봉우리 우뚝우뚝 솟아올리는
사람들 그러나 서로 다른 서러움 한굽이씩 서로 부딪치면
홱 굽이치는 우리나라 사람들
이 땅 어느 산자락 강가에 이렇게 착하고 선한, 지혜롭고 풍류를 아는 사람들이 없겠는가. 어디 그 뿐인가. 기슭에 밟힌 풀꽃을 살려내는 사랑과 정성, 남의 힘겨움과 아픔을 헤아려 함께하는 너그럽고 넓은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어딘들 없겠는가. 삼남에서 관북까지 산줄기 꿈틀대며 봉우리 우뚝우뚝 솟아올리는 정신, 불의에 항거하고 끝끝내 굽히지 않는 오롯한 정신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없겠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