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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 공소시효 없애야

등록일 2015-07-22 02:01 게재일 2015-07-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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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br /><br />대구본부 부장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

16년 전 대구의 한 골목길에서 발생한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공소시효가 최종 만료되면서 흉악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논의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황산테러 외에도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등이 공소시효가 끝나 영구 미제로 남은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영구미제 대표 사건 중 지역사건이 2개나 포함되어 있는 등 지역과 특히 관련이 깊다.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과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사건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1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돼 2006년 3월과 4월 각각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로인해 국민여론이 공소시효 폐지쪽으로 기울자 2007년 공소시효가 폐지는 되지않고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가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다. 이후 2011년 도가니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아동·장애인에 대한 성범죄 공소시효는 없어졌다. 그러나 2007년 이전에 발생한 대구 황산테러,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은 소급 적용되지 않아 대상이 아니다. 공소시효는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도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형벌권이 없어지는 제도다.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실체적인 심판 없이 면소 판결을 해야 한다. 뒤늦게 범인이 밝혀지더라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황산테러 변호를 맡은 박경로 변호사는 “이제는 진범이 잡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며 “대구 황산테러와 같은 흉악범죄에는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세월이 얼마가 흐르더라도 반드시 범죄자를 밝혀내고 사회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시효를 배제할 범죄로는 흉악 범죄와 함께 반인륜범죄, 사회적으로 용납해서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범죄 등을 적시했다.

하지만 공소시효를 없애는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건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뒤늦게 용의자가 잡히더라도 사건 관련자들의 기억이 떨어져 진술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공소폐지 찬성론자들은 이 말에 수긍하지 않는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시간이 지날수록 범인 검거가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검거 가능성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흉악범죄 공소시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공소시효의 적용 배제`조항을 신설해 살인이나 상해·폭행치사 등 모든 살인죄에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대구 황산테러 피해자인 김태완(사망 당시 6세)의 이름을 따 일명`태완이법`이라고도 한다. `태완이법`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를 통과했다. 단 형법상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되 강간치사나 폭행치사, 상해치사, 존속살인 등 살인죄의 경우 해당되는 개별법별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외했다.

태완이 부모는 “우리나라 법은 다 가해자를 위한 법이다. 가해자를 위한 인권만 있지 우리같은 피해자를 위한 법은 어디있느냐”면서“사법부가 사건을 해결해줄 수 없다면 피해자들의 아픈 가슴은 누가 어루 만져주느냐”고 하소연했다. 피해자의 피맺힌 절규다. 다른 사람들이야 세월이 가면 사건이 잊혀지지만 당사자들은 평생을, 심지어 죽을 때 조차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의 흐름은 공소시효 폐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본은 물론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이미 살인 등 중대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없앴다. 법의 안정성 문제도 생각해야 되겠지만 흉악한 범인을 법으로 보호할 명분은 약하다고 보여진다. 하루빨리 흉악범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애, 잠 못 이루고 있는 많은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는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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