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필자에게 지난 주 여수의 모습을 한자성어로 나타내라고 한다면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인산인해(人山人海)를 들 것이다. 여수 세계박람회장 개장과 함께 밀려들기 시작한 사람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인파(人波)였다. 개장과 함께 사람들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썰물처럼 밀려왔다가 폐장과 동시에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어린이집에서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행복학교 박람회라는 행사명답게 더 넓은 여수 세계박람회장을 채운 인파의 대다수는 학생들이었다.
전국에서 선발된 155개 학교에서 선보인 전시, 공연, 체험은 한마디로 일품이었다. 그 일품 교육 프로그램들을 바라보고 체험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연했다. 행복의 표현 방법을 한 가지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나를 찾는다면 `웃음`일 것이다. 웃음꽃이 만연한 학생들의 모습에서 2015 행복학교 박람회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당연히 대성공이었다. 왜냐하면 행사장 전체가 학생들의 웃음꽃 향기로 가득했으니까.
웃음 향 가득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참 많은 반성을 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을 그토록 무기력하게 만든 것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예전 학교에서 본 학생들은 표정 없는 밀랍 인형이었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스스로 하는 법이 잘 없었다. 그래서 늘 학교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키려는 교사와 그 시킴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오는 긴장감! 그 긴장감에 가위 눌린 학생들의 모습은 학교 부적응, 학교 폭력, 학교 포기, 그리고 간혹 교사 폭행과 자살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이번 행복학교 박람회를 통해 필자는 그 범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았다. 그것은 바로 어른들이었다. 성적지상주의, 학벌주의, 성공 이기주의 등에 빠져 있는 어른들과 말로는 학생 개인에게 맞는 꿈과 끼를 찾으라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성적으로 줄 세우기에 바쁜 교사와 학교가 그 주범이라는 것을 필자는 분명히 알았다. 물론 필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필자는 이번 행복학교 박람회를 그동안 학생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준비 했다. 공부가 정말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또 우리 학생들도 스스로 많은 것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성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이 시대 성인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2015년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에서 전교생 37명뿐인 산자연중학교는 공연(학생과 어머니의 피아노 협연, 노래, 밴드, 댄스)과 전시, 체험, KBS 생방송 등 박람회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했다. 우리 학생들은 프로가 아니다. 하지만 산자연중학교를 선택한 용기로 학생들은 재학생이 수백 명이 넘는 큰 학교들도 엄두를 못 내는 일을 해냈다. 첫날 메인무대 공연이 끝나고 관람객들은 전교생 37명뿐인 작은 학교에서 선보인 큰 무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무대가 끝나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용기에 더 한층 성숙해졌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생태수업 시간에 하고 있는 다육 화분 만들기와 약초 효소 시간의 교육 활동인 천연 염색을 내방객을 위한 체험활동으로 준비했다. 비록 외딴 곳에 떨어진 특수·각종 학교 관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고, 학생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다육화분 만들기와 애기똥풀 염색 체험을 하고 갔다. 그리고 하나같이 말했다. “정말 이런 교육이 필요합니다. 성적이 다가 아니라 자연에서 학생들이 자연의 생명력을 배우고, 마음껏 자신의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산 교육이 진정한 교육입니다” 그리고 전입학에 대해 문의를 해 왔다. 그 순간 필자는 벙어리가 되었다. 왜냐하면 수업료를 말해야 하니까. 그러면 내방객들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중학교는 의무 교육 아닙니까. 의무교육은 무상교육 아닙니까.”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를 통해 행복 앞에서 서성이는 대한민국 학생들이 하루 빨리 진정으로 행복해지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