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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어떻게 정해지나

등록일 2015-08-04 02:01 게재일 2015-08-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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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 교수
▲ 배개화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 교수

며칠 전 하버드 가제트(Harvard Gazette)를 보다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최근에 발표한 논문에 대한 소개를 읽게 되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승진이 당사자에게 항상 좋게 생각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승진은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람의 능력과 성취 때문이 아니라 회사의 전략이 갑자기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 스티브 잡스가 두 번째로 애플의 최고 경영자가 되었을 때, 디자이너들은 예상치 못한 우대를 받게 된 반면에 엔지니어들은 그 전보다는 못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승진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승진이 덜 운이 좋은 동료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것과 같은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혹은 쉽게 승진한 만큼 쉽게 밀려난다는 불편한 사실과 부닥치게 된다. 어제 뉴욕 타임즈에서도 이런 연구 결과와 비슷한 보도가 있었다. 시애틀에서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를 운영하는 젊은 사업가가 자신의 급여를 90% 삭감하는 대신 전 직원의 연봉을 최소 7만 달러(약 8천200만원)로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이로 인해서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한다. 우선 기존에 연봉 7만 달러를 받고 있던 직원들은 왜 자신들이 경비원이나 전화상담원과 같이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과 같은 봉급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했고, 유능한 직원 2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또한 고객들도 이런 결정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해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은 임금 노동자들이 승진이나 봉급 인상 등에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르는 보상을 받았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회 통념상 자신이 한 성취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을 때 사람들은 이것을 기뻐하기보다는 이 기회를 잃게 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해서 걱정한다. 회사의 정책변화로 인해서 갑작스럽게 승진한 사람들이 그러한 승진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것은 더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어떤 업무가 다른 업무보다 더 중요하다거나 덜 중요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현재 사회에 있는 수많은 직업들은, 혹은 그 어떤 직업에 따른 직무는 그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전화교환원이나 경비원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고용되어 있다. 타인의 일이 자신이 하는 일보다 덜 중요하기 때문에 적게 받아도 된다는 생각은 상당히 자의적일 수 있다. 회사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의해서 벼락 승진이 이뤄지는 사례에서 보듯 그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고 유동적인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임금에 대한 기대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상대적 비교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사람들에게 봉급이 많아진다는 것은 자신이 하는 업무의 중요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만큼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면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보다는 덜 중요한 일을 하면 임금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의 중요도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CEO의 교체나 회사 정책의 변화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사회나 직장 내에서 어떤 업무가 더 중요한 혹은 가치 있는 것이고, 다른 것을 상대적으로 덜 그렇다는 식의 판단을 바탕으로 사람이 받아야 할 임금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보다는 최소한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어야 한다. `최저 임금`에 대한 접근도 이런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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