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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특사, 명분과 국민감정에 반해서는 안돼

등록일 2015-08-05 02:01 게재일 2015-08-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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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곤영<br /><br />대구본부 부장<br /><br />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

지난달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8·15 광복절특사를 실시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경제인 사면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특사 대상자로 특정 재벌 총수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경기 침체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렵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한 사면이 필요하다면서 광복절특사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언론에서는 앞다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경제계 인사를 비롯해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이번 특사는 메르스 여파로 인해 침체된 경제의 활성화와 국민대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 등 이반된 민심을 돌리기 위한 민심얻기 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특사는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주장했던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과 지난 4월 성완종 게이트 당시 역대 정부의 특사 관행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돼 그동안 쌓아온 명분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번에 특별사면에 거론되는 기업인들 보면 대부분 경제사범이다. 죄질이 무거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람을 내수진작이나 수출활성화, 낙수효과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특사에 포함시키는 것은 국민 감정에 반한다.

과거 김영삼정부에서 9차례, 김대중정부는 8차례, 노무현정부는 8차례, 이명박정부는 7차례의 특사를 실시하면서 사실상 부패 정치인과 비리 경제인에게 면죄부를 줬다. 당시 면죄부를 받았던 경제인들 대부분은 지금 국가나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최근 3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사범의 경우 100명 중 구속기소는 단 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구속기소율은 1.9%에 불과할 정도로 관대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관세법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등 경제사범에 대해 처분한 28만8천여 건 중 5천400여 건에 대해서만 구속처분이 이뤄졌으며, 구속기소율은 2012년 1.8%, 2013년 2.0%, 2014년 1.9%로 나타나는 등 경제사범에 대한 구속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재벌과 기업인에 대해 존경심보다는 특혜를 받았거나 탈세 등 정권의 비호 속에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부자에 대해서도 겉으로는 존경하지 진정으로 존경받을 만큼 훌륭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말을 한다. 그만큼 국민들의 재벌 등 경제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경제인들은 수백억의 회사자금을 횡령해 회사에 이미지 훼손과 막대한 손실을 끼친 오너들이다. 이들에게 사실상 특혜인 특사를 하면 경제계에서 주장하는 경제활성화보다는 개인적인 잇속 챙기기에 더 열을 올릴 것이다.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오너에게 사실상 특혜인 특사를 줘 또다시 의사결정의 권리를 주는 우리나라 사면권의 관례는 이제 깨져야 한다.

미국 법정은 회계부정을 저지른 엔론사의 CEO 제프 스킬링에게 가석방 없는 24년4개월의 징역형을, 월드컴 CEO 버나드 에버스에게는 25년간 징역을 살게 하는 등 경제사범을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처럼 오너에게 중형을 내려도 그 기업이 어렵고 미국경제가 흔들렸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30대 그룹 사장단이 공동성명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호소했지만, 국민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8·15 광복절 특사를 하려면 국민들을 설득할만한 합당한 원칙을 가지고 단행해야 할 것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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