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을 포함한 메사츄세츠 주 그리고 메인 주를 합쳐서 `뉴잉글랜드`라고 부른다. 유럽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 처음 도착한 곳이 바로 이 지역이라서 이런 이름으로 부른다. 그런 만큼 이 지역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지역들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세일럼이다. 이곳은 `마녀사냥`으로 유명한 곳으로 지금은 이것을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주민들이 먹고 살고 있다.
`마녀사냥`은 세일럼에서 1692년 3월 1일에 시작되었으며, 200 여명에 가까운 마을 사람들이 마녀로 고발되었다. 고발된 사람들은 주로 여성들이었는데, 처음에는 한두 명이 마녀로 고발당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웃들을 서로 고발하기 시작했다. 최후의 단계에서는 몇 명의 노인네들 외의 대부분의 성인 여성들이 마녀로 고발당했다. 이중 재판을 통해서 총25명이 죽임을 당했는데, 19명이 처형되고, 1명이 고문 중 압사, 5명이 옥사했다.
`마녀사냥`은 다수가 항상 이긴다는 집단 심리에 근거해서 힘없는 개인들을 `마녀-죄인`로 몰아서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일단 마녀로 낙인찍히면 그 입증 의무가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고발당한 사람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보통 마녀사냥은 중세에 벌어진 일로 간주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도`마녀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그 형태가 혐의자를 불태워 죽인다든지 하지 않을 뿐이다.
현대 사회의 마녀사냥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카시즘`이다. 매카시즘(McCarthyism)은 1950년부터 1954년까지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을 말한다. 미국 상원 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미국 공화당 당원집회에서 “미국 내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암약하고 있으며, 자신은 그 명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사건을 계기로 일어났다. 당시는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공산군과 싸우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쉽게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매카시 리스트에 있었던 297명 외에도 많은 지식인들과 연예인들이 공산주의자로 기소되었지만, 많은 경우 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보아도 이 같은 `마녀사냥`이 정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때 정치적인 반대자를 비판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수파 정치인들이 공산주의자를 혐오하는 대중적인 심리를 이용하여 이런 유형의 마녀사냥을 종종 저질렀다. 어린 시절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 고 김대중 대통령이 반대파로부터 `용공` 혹은 `좌익`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이를 보는 대중들은 실제 당사자가 빨갱인지 아닌지이 여부보다는 그냥 그 사람이 싫으니까 그러한 비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버린다.
`마녀사냥`은 정치의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의 영역에서도 발견된다. 가수 타블로의`스탠퍼드 대 학력 논란`, 배우 이태임을 대상으로 한 네티즌들의 공격, `세 모자 사건`에 감정이입한 네티즌들이 세 모자의 아버지이자 남편을 비난하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불신한 사건 등도 마녀사냥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난의 대상이 된 사람이 정말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하였는지 따져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비난에 편승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끝장내려 든다.
이처럼 쉽게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감정적이 되어 한 개인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히 높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마녀사냥`을 심리학에서는 집단적인 히스테리 증상의 하나로 보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불안, 불만족과 같은 부정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정치의 영역에서나 일상의 영역에서나 이런 마녀사냥은 이제 그만 일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