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배롱나무

등록일 2015-08-28 02:01 게재일 2015-08-28 17면
스크랩버튼
▲ 배롱나무는 부처꽃과 갈잎큰키나무로 꽃말은 `떠나간 벗을 그리워하다`다.
배롱나무는 목 백일홍이라 한다. 꽃이 100일 동안 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줄기를 만지면 모든 가지가 흔들린다 하여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만 배롱나무꽃은 백일을 간다. 한번 핀 꽃송이가 백일 동안 계속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꽃들이 연이어 피어난다. 국화과의 한해살이풀꽃인 백일홍도 꽃이 오래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초로 부른다. 배롱나무 꽃은 먹을 수도 있다. 그늘에서 말려 차로 달여 먹거나 기름에 튀겨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잎은 자미엽(紫薇葉), 뿌리는 자미근(紫薇根)이라 하는데 모두 약으로 쓴다. 배롱나무 뿌리는 어린이들의 백일해와 기침에 효과가 있다.

사찰이나 서원 등에 배롱나무를 심는 뜻은 오래 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마다 껍질을 벗으며 매끈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출가한 수행자들이 배롱나무처럼 세속의 욕망을 벗어버리라는 뜻과 선비들이 배롱나무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성품을 닮으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옛날 어떤 어촌에 목이 셋 달린 이무기에게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있었다. 이웃 마을의 총각이 사랑하는 처녀의 차례가 되자 자신이 이무기를 처치하겠다고 자원했다. 처녀로 가장해 기다리던 청년은 이무기가 나타나자 달려들어 칼로 쳤으나 이무기는 목 둘만 잘린 채 도망갔다. 처녀는 청년을 평생 반려자로 모시겠다고 했으나, 그는 이무기의 나머지 목 하나를 베어야 한다며 배를 타고 떠났다. 청년은 떠나기 전 내가 이무기 목을 베면 배에 하얀 기를 걸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처녀는 백 일간 정성껏 기도했다. 백 일 후 멀리 배가 오는 것을 보니 붉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처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년은 이무기가 죽을 때 뿜은 붉은 피가 깃발에 묻은 줄 몰랐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붉은 꽃이 100일 동안 피었는데 백일기도를 하던 처녀의 넋이 꽃으로 피었다 하여 백일홍이라고 불렀다.

김한성 <수필가·한문 지도사>

꽃 이야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