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리어카면허증` 개선해야 한다

등록일 2015-09-23 02:01 게재일 2015-09-23 18면
스크랩버튼
▲ 이창훈<br /><br />대구본부 부장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

1박2일. 이 말은 모 TV의 프로제목도 아니고, 우리가 가까운 곳으로 여행하는 날짜가 아니다. 우리나라 운전면허를 따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시간이 절약돼 운전면허 응시생들은 좋아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어 시급히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단기간에 마구잡이로 양산하는 운전면허 자격증은, `살인 국가 공인 면허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운전면허 교육은 학과 5시간, 기능 2시간, 도로주행 6시간 등 13시간이 전부다. 즉, 1박2일만 집중하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고, 합격률도 90%가 넘어 가히 `리어카면허`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운전면허 시험이 쉬워진 것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두차례에 걸쳐 간소화 된 결과다. 종전에는 각각 25시간, 20시간, 15시간으로 총 60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렇듯 운전면허가 간소화 되다보니 각종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합격생들이 운전면허를 우습게 본다는 것이다. 간단히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게 된 만큼, 운전은 다른사람의 생명을 담보한다는 부담감을 떠나 너무나 조심성없이 운전대에 앉는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젊은 운전자들이 각종 사고를 야기하는 등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또 운전면허때문에 국제적으로 망신살마저 뻗쳤다. 중국 상하이시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 중국인 운전면허 취득규제를 요청했지만 우리나라 경찰청은 다른 외국인과의 형평성을 들어 거부했다. 그러자 상하이시는 이번달 20일부터 우리나라에 입국해 운전면허를 딴 중국인에게 자국 면허로 교환해주지 않기로 했다. 즉 한국의 운전면허 취득은 너무나 쉬워 안전이 걱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나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는 운전면허 획득을 위해서는 2~6개월이 소요돼, 많은 중국인들이 국내로 들어와 면허를 따고있다. 중국인 면허 관광객은 올해만 1천명이 넘어선 걸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운전면허를 국제 운전면허증으로 인정하고 자국에서 운전할 수 있게 하는 다른 선진국에서 우리의 면허를 배제하는 사례가 나올 지경이다.

사실 운전면허의 경우 호주는 4년, 프랑스는 3년, 독일은 2년정도가 소요된다. 당장 정식 운전면허를 주기 보다는 임시면허나 관찰면허를 주고 상태를 보면서 나중에 정식 면허를 주는 제도가 정착화되어 있다. 이 제도를 그대로 답습할 필요성은 없지만, 운전면허를 보는 시각이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필자는 약 30년 전에 운전면허를 땄다. 이론과 실기 등 수십시간을 투자했고, 몇 번의 불합격도 맛봤다. 이후 합격해 들뜬 마음에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갔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시내가 복잡하지도 않았고, 교통사정이 좋았으나 어리버리하게 운전하다 교통순경에 딱 걸렸다.

그때 경찰관이 한 말이 생각난다. 필자의 운전면허증 획득 날짜를 보더니 크게 웃었다. “이것은 운전면허증이 아니라, 살인면허증이다” 즉, 운전면허증만 따 갖고 차를 몬다는 것은, 살인을 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시 필자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운전대를 잡는 태도에 큰 교훈이 되었다. 우리나라 운전면허제도 개선은 정말 필요하다. 운전면허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자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운전면허를 관장하는 경찰청의 태도다. 국내 운전면허시험 간소화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지난해 말 경찰청은 정책연구를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고 했으나 올해 들어 결과 발표도 하고 있지 않는 등 마이동풍이다. 간소화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개선의 필요성이 언급된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누구누구가 잘못했고를 떠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 순간에도 잘못된 제도로 인해 아까운 생명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데스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