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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등록일 2015-09-24 02:01 게재일 2015-09-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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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수 경
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이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시인의 절박한 심정을 읽는다. 살아가면서 듣고 보고 겪는 수많은 현상과 일들 속에 진작 그 주체가 되는 자신은 없다는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자신을 본다. 어쩌면 우리도 한 생을 방관자이거나 역외자가 돼서 대충대충 살아왔는지 모른다. 실존적 깨달음에 가 닿지 못한 채 마치 내 자신이 중심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나는 없고 내가 있는 그런 삶 말이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보고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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