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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플랜텍의 홀로서기

등록일 2015-10-28 02:01 게재일 2015-10-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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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득편집부국장
포스코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의 직원들은 요즘 마음이 뒤숭숭하다.

지난달 30일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기업회생 절차) 결정이 최종 확정되자 포스코는 돌연 “그룹 연결 재무제표 기업에서 포스코플랜텍을 제외시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마음이 착찹한데, 그룹의 이 같은 발표는 참았던 설움을 한꺼번에 복받쳐 오르게 한다. 마치 한지붕 아래 살던 자식들 중에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너는 이제 내 자식이 아니니 나가서 딴 살림 차려라”하는 식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포스코의 입장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포스코플랜텍의 경영권에 대해 모두 채권단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가 실질적으로 행사 할 지배력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여전히 포스코플랜텍 지분 70%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일반적인 기업의 워크아웃이라면 포스코의 발표는 어쩌면 당연하다. 채권단 주도로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기업의 대주주는 보유 지분 감자(減資)에 동의하고,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을 지분으로 맞바꾸는 방식으로 회사의 자본을 보강하기 때문이다. 빚을 회사 지분으로 교체하는 대신 기존 대주주는 소액 주주로 내려앉고, 채권은행이 대주주 행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워크아웃 첫 단계부터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주주 증자-채권단 출자전환`으로 이어지는 워크아웃 룰을 적용하고 싶었지만, 포스코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결국 채권은행은 출자 전환을 하지 못했고 자본보강 기회를 잃어버린 포스코플랜텍은 자본 잠식 상태에서 뒤늦게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포스코는 일감을 몰아줘서 경영 정상화를 돕겠다고 했으나 이것만으로 차입금의 이자비용 등을 얼마나 지불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포스코플랜텍은 40년 넘게 모 룹의 울타리 안에서 자라왔으나 이제부터는 홀홀 단신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지난 1982년 4월 1일 그룹내 6개 협력사를 통합, 제철정비(주)로 탄생했고, 포항제철소 내 기계·전기 등 설비와 정비분야를 총괄해 온 주력 계열사였다. 1985년 상호를 제철정비철구공업(주)으로 변경하면서 토목, 철구분야도 맡았다. 이후 1991년 5월 건설, 토목분야를 분사시키면서 현재의 포스코건설을 탄생시켰고, 본래 상호인 제철정비로 환원됐다.

1994년 포철산기로 사명을 다시한번 변경한데 이어 2010년 1월 광양의 포철기연과 통합해 지금의 포스코플랜텍으로 자리잡았다. 포스코플랜텍은 제철소 내 기계설비, 정비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총 부채 7천억원, 올 상반기 영업적자 600억원의 단순한 성적표만 놓고 보면 `미운자식`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서 포스코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 표현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로 보인다. 포스코플랜텍의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은 엄연히 포스코가 쥐고 있고,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포스코이기 때문이다.

포스코플랜텍은 현재 내부적으로도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2월에 이어 이달부터 두번째 희망퇴직자를 받는 등 회생에 몸부림치고 있다. 때문에 현 조청명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그룹내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실장을 지낸 정통 `포스코맨`이다. 지금의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적임자란 평가다. 그래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

한 회사의 가치평가는 과거의 명성과 현재의 위치,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해야 한다. 당장 눈 앞의 실적만 놓고 따진다면 중요한 미래의 비전은 볼 수 없게 된다. 좀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포스코플랜텍을 지켜 봐 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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