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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을 마치고

등록일 2015-11-05 02:01 게재일 2015-1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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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영재<br /><br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
▲ 류영재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

2015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지난달 16일에 개막해 11월 1일로 17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이 기간 동안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고, 이는 지난 세 번의 축제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예술축제를 단순히 관람객의 수로 평가할 수는 없겠으나 이번 축제는 분명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작년까지의 페스티벌이 스틸조각가 중심으로 이뤄졌고, 예술축제의 품격이라는 점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포스코와 포항철강관리공단 등 지역 철강기업의 스틸작품 제작 참여와 일반시민들의 작품전시 등 시민중심의 축제로 성격을 달리하면서 시민들이 축제의 주인공이 됐고 지역 정체성이 접목된 성공적인 축제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 축제의 성공요소가 유희성과 대중성, 일탈성 등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축제의 품격을 결코 가벼이 볼 수는 없는 것이 예술축제의 특징이다. 일반 시민들의 작품 참여가 혹시나 축제의 격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어린아이들의 작품에는 동심과 꿈이 깃들어 재미가 뭉게구름처럼 피어났으며 공업계 학생들의 금속작품은 예비 강철맨의 어엿함이 물씬 풍겼다. 특히 포스코, 제일테크노스, 신화테크, 이젠테크, 화일산기, 대광산업, 에스엠 등 포항지역 철강기업의 참여 작품은 압권이었다. 예술과 산업을 매칭한 차별화된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예술성을 가지면서 기업의 특화된 기술력과 스케일 등에서 압도적이었고 전문 조작가들 사이에서도 회자되어 전국적인 화제를 낳았다.

철강기업의 스틸아트 작품제작 참여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축제의 주제를 `오감철철`이라 정하고 철강기업의 참여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후 섭외에 나섰다. 어떤 형식의 도움이든 도움을 청하러 가는 사람의 마음은 저어되기 마련이다. 사실 지역 철강업체들의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여 더욱 망설여졌으나 강철보다 단단해보이던 철강기업의 대문은 의외로 흔쾌히 열렸고, 제작자문을 위한 방문이 거듭되면서 철강맨들과는 마치 공동작업을 하는 동료애같은 뜨거운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이웃이었고 축제가 이웃간의 대동단결에 기능함을 새삼 현실로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내년에는….”이라며 지속적인 참여의지를 밝히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곤 한다. 어쩌면 이 행사가 철강생산의 도시 포항에서 철강을 통한 문화생산의 도시로 도약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예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또한, 이번 페스티벌은 공연, 체험, 놀이 등이 예년보다 훨씬 강화되어 가을의 공원을 인파들로 넘쳐나게 하였으며, 특히 지난 3년간의 결과물인 스틸아트 작품으로 조성된 아트웨이 투어는 인기프로그램이 됐다.

올해의 행사장인 해도공원, 문화예술회관 길을 따라 포항운하, 영일대해수욕장, 포항시립미술관을 연결하는 스틸아트의 길을 투어하는 `아트버스투어`는 문화와 관광을 연결하는`아트투어리즘`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지속가능성과 그 가치의 일면을 보여 줬다.

부대행사로 진행된 `삶의 기술, 철의 예술 - 도시에 녹아든 예술프로젝트` 세미나에서는 발제자를 비롯해 참석한 시민들이 앞으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포항의 문화 정체성과 지역성을 아우르는 창의적인 도시브랜드 마케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및 도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어느 주말,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신사가 가족들과 축제장을 찾아 `장인정신`이라 이름 붙여진 무쇠로 만들어진 고려청자 앞에서 손짓을 곁들여 열심히 설명하는 광경을 즐거이 보았다. 푸른 제복의 모습으로만 만났던 바로 그 작품의 주인공이었다. 가을하늘은 파란 물감이 묻어날 것처럼 청명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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