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북한 전문가들 중에는 북한사회가 초기 시민사회에 들어섰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당이나 국가의 통제라는 병영사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무엇다도 자본주의적 시장의 확산이다. 북한 당국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를 비생산적인 낭비경제라고 비난했지만 이제 이러한 대세를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북한의 시장 확대와 시민 사회의 등장이 북한뿐 아니라 통일 환경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북한 사회의 변화를 흔히 4M이라고 부르고 있다. 북한사회의 시장(maket)의 확산은 시장 정보를 위한 이동전화(mobile phone)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 수단인 자동차(moter car)를 더욱 필요로 하게 되었다. 결국 시장의 확대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돈(money)을 가진 북한식 중산층(middle class)을 형성할 것이다. 중국도 이러한 초보적인 시장경제의 정착을 통해 오늘의 사회주의적 상품경제를 구축하였다. 그렇다고 중국의 정치가 다원주의적 대의 민주주의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시장경제의 대세는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4M을 추구하는 북한사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북한 사회의 이러한 시장 확산을 그대로 두면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지만 당과 국가는 결코 그대로 두지 않고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당국이 2000년 초반 시장의 등장을 묵인했지만 그것이 초래하는 물가의 폭등, 신흥부자의 탄생 등 부정적인 영향을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북한 당국은 시장에 대한 통제와 함께 숨겨둔 돈을 회수하기 위한 화폐 개혁까지 단행하였으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북한 당국이 시장에 대한 통제와 이완을 반복하다가 결국 중국처럼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를 수용할 것이다.
북한의 휴대 전화가 380만대를 넘어섰으며, 평양시민은 과반수가 휴대 전화가 생활필수품이 되었단다. 결국 정보가 차단되고 통제된 북한사회에서도 이동 통신은 정보화 사회를 촉진하고 있다. 북한식 엄격한 통제사회에도 초보적인 시민사회의 각종 여론이 전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자동차는 사람과 물자의 운반 수단이 되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창조한다는 아담 스미스의 자본주의 이론이 북한 땅에서 예외일수 없다. 북한 남포에는 남쪽의 종교 재단에서 합작으로 운영하는 자동차 조립 공장이 들어서 있다. 그 공장에서 조립된 승용차인 `휘파람` `뻐꾸기`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평양에는 보안성에서 운영하는 택시가 700대에 이를 정도로 자동차가 많아졌단다. 물론 장사를 제대로 하려면 화물차도 필수품이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의 늘어나는 관광객은 더욱 자동차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4M이 주도하는 북한 사회는 어딜 가나 돈이 필요하고 정부 당국도 주민들도 돈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제는 오히려 북한 당국이 400여 개의 시장을 장악하여 자릿세, 임대 세를 챙겨 부족한 국고를 메우는 형국이다. 시장의 물가는 다락같이 오르고 북한식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각종 관광지의 무료 입장료가 없어진지 오래 이고 주체사상탑을 오르는데도 입장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돈을 선호하고, 모두가 소위 `돈독`이 올랐다고 탈북자는 증언하고 있다.
시장화가 촉진될수록 북한 주민들은 당과 수령을 위한 공식적 규범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쫒아가는 비공식 규범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벌써 평양에는 과외가 성행하고, 인기 직종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지고 있다. 주민들은 당 일꾼 보다는 무역 일꾼, IT 기술자 등 돈 잘 버는 직업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북한 공산사회도 결국 지첵이 지적한대로 `자본주의와 결혼`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