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중단된 이후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면서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개성공단 철수 문제부터 사드 배치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처럼 안보 이슈는 4·13 총선뿐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일수록 여야 정치권에서는 모두 냉정을 되찾아 안보 이슈에 관한 공론화 과정을 철저히 거쳐야 할 것이다. 여야의 즉흥적인 대응방식은 시민사회까지 분열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부터 검토해 보자. 정부는 개성공단의 노동자 임금의 대부분이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전용됐기 때문에 공단 중지의 불가피성을 역설하였다. 개성공단 중단 후 통일부 장관은 자금 전용의 증거까지 정부가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국회의 상임위 야당의원의 추궁에 대해 확증은 없고 말이 와전됐다고 사과했다.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장관의 처신은 이해되지 않으며 정부의 신뢰도마저 추락시킨다. 10년 이상 남북 경협의 모범적인 모델로 칭송받던 개성공단의 급박한 폐쇄만이 핵문제의 합리적 해법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한반도 통일이 북한의 붕괴나 전면적 전쟁에 의하지 않을 경우 남북 `교류와 협력`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 빅터 차의 `개성공단은 유지됐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사드(THAAD) 배치문제이다. 북한 미사일 개발이라는 급박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사드의 배치는 상당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것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과거부터 반대해오다 이제는 사드 배치 계획의 철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은 여의치 않으면 군사적 조치까지 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은 사드와 함께 도입되는 항공 감시망(XBR)의 감시거리가 1천800㎞나 되어 베이징까지 탐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우리의 자위권 행사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참견은 우리의 자존심에 반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중국 무역 의존도가 25%에 이르는 현실에서 중국의 반대가 우리의 경제에 미칠 영향도 도외시할 수 없기에 보다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민주국가에서 정부의 합리적이고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므로 정책의 공론화 과정은 필수적이며 안보와 직결된 대북 정책도 마찬가지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입장에서의 정부의 정책 강행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므로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안보 이슈도 반드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여론의 추동력을 확보 할 수 있다. 안보 정책에 대한 맹목적인 찬성이나 지지는 `애국`이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매국`이나 `종북`이라는 프레임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맹목적 안보관이 오히려 국론분열과 국익의 손상을 초래한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 2년을 남긴 시점에서 대북 정책의 전면적 전환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일치단결하여 대응하자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안보 이슈를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처럼 공론화하지 않고 밀어 붙인다면 정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오히려 국론의 분열이 안보 불안을 초래하고, 국력의 낭비만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는 사실(fact)에 근거한 합리적이고 냉철한 대북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야당 역시 정책에 대한 비난만 하고 딴죽만 건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안보문제를 정치에 이용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사회도 이제 `북풍`에 대해 `역풍`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