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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한계인가… 흔들리는 비박

김진호기자
등록일 2016-03-09 02:01 게재일 2016-03-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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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친박에 지나치게 휘둘린다” 불만 팽배<BR> 자세 낮춘 행보에 `30시간의 법칙` 비아냥도
▲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대표와 최경환(왼쪽)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신촌 K-터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당 서대문갑 당원 교육 및 전진대회에서 이성헌(가운데) 예비후보와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1차 공천심사에 이은 2차 공천심사를 통해 친박계와 비박계 할 것없이 현역의원들이 대거 물갈이될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김무성 당 대표를 겨냥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골자는 김 대표가 당 대표이자 비박계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의원들은 김 대표가 4·13총선 국면을 맞아 일관되게 주장해온 `상향식 공천`도 따지고 보면 `전략적 실수`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가 주창해 온 상향식 공천은 현재 새누리당 당헌 당규에 따라 당원(30%))과 일반 국민(70%)에게 어느 후보가 국회의원에 적합한 지 여론조사를 통해 당 공천후보를 내겠다는 취지였다.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 당원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지율을 올리기만 하면 새누리당 공천권을 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시간날 때마다 상향식 공천을 언급한 김 대표는 줄곧 당지도부나 당 대표를 어려워하거나 존중할 필요가 없다며 공천을 받으려면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라고 독려를 하기까지 했다. 그동안은 당 대표나 지도부가 국회의원들로부터 대접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총선을 전후해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모든 국회의원을 상향식 공천으로 뽑게 된다면 당 대표나 지도부의 말을 귀담아 들을 국회의원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 것을 모를리 없는 김 대표가 자기 권한을 내려놓는다고 하자 정치권은 모험에 가깝다면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예비후보들 또한 당 대표의 끊임없는 주장이다 보니 이를 믿고 현장으로 나가 주민들을 만나 얼굴을 알리는 등 전력을 쏟았다. 특히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야당 지지도보다 훨씬 높아서 당 공천이 국회의원 당선으로 이어지는 대구·경북의 경우 초재선은 물론 다선의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일찌감치 지역구로 내려와 지역 구석구석을 누볐다. 전에 없는 현상이었다. 서울에 남아 공천권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세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문제는 현실.

막상 공천장이 문을 열자 공천과정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하지만 상향식 공천을 주창해 온 김 대표가 그 칼질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비박계 의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지기 직전이다. 비박계 현역의원들사이에서는 김 대표가 정치현실은 외면한 채 당 대표로서 권위만 내세우고, 향후 대권주자로서의 행보에 골몰한 나머지 지나치게 몸을 사린 것 등이 작금의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고 항변하기 까지 한다. 애초에 대표 자신이 불출마선언을 하고 `험지출마`와 `상향식공천`주장을 관철시키려고 진두지휘를 하거나 상향식 공천을 하되 필요한 지역은 엄격한 정량 정성평가를 통해 전략공천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다면 지금처럼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양새는 아니었을 거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전략참모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살생부 파동에서 김 대표가 자기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지 못하고 30시간 안에 물러서 `30시간의 법칙`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가 하면 청와대나 친박계와의 갈등국면에서 자신의 소신이나 주장을 끝까지 고수하지 못하고 몇번이고 자세를 낮추자, 국민 일원과 비박계에선 과연 제대로 된 참모진이 전략보고와 정세판단을 김 대표에게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 정치권은 차세대의 지도자가 되려면 당장 정치적인 손실을 입더라도 그 사람 고유의 정체성은 확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가 공천과정이나 최고위에서의 지지기반 부족 등 현실적인 면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대선을 바라본다면 그 정도는 넘어가는 지혜와 경륜이 있었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무대의 한계`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런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더욱이 비박계는 어디를 쳐다봐야 하는지조차 헷갈려 한다.

한 초선의원은 이번 1차 공천심사 결과에서 여론조사에 앞서왔던 현역인 3선의 김태환 의원을 탈락시키고 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을 단수추천한 구미을 지역을 보고 온갖 상념이 교차한다고 했다. 김 대표가 지지율이 가장 높은 현역의원을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한 것을 놓고 `100% 상향식 공천`원칙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최고위가 공천위 심사결과를 그대로 통과시키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가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뜻에 자신의 원칙에 반한 사례를 인정한 셈이라며 불만을 쏟아낸 이들도 적잖았다.

TK지역 비박계의 한 의원은 “김 대표가 공천권 향방과 관련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누가 뒤를 따를 것이냐”고 반문한 뒤 “정치는 생물이고 현실이라는 사실을 다신 한 번 실감한다"고 내뱉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현실적 한계가 있겠지만 자신을 위해서나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공천 과정에서 차별을 받지않도록 온 몸을 던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호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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