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증 식
어린 게 한 마리
어두운 그림자 다가서자
바위틈에 몸 찰싹 붙는다
몸 찰싹 붙는다
잡아떼려 했으나
필사적으로 앙버티는 발가락들
좀더 힘을 주자 우두둑
뼈마디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힘으로 끝장을 보자`
그예 손이 나가려는데
문득,
등 뒤가 서늘하다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시의 제목처럼 지는 싸움은 어려운 것이다. 필사적으로 힘으로 하면 어찌 갯바위에 달라붙은 어린 게를 뜯어내지 못하랴. 시인은 손이 나가려다가 멈추고 머리를 스치는 생각으로 그 싸움에서 물러서고 만다. 세상사에도 이런 싸움은 가끔 있다.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져도 지는 것이 아닌 싸움이 말이다. 이게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