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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중진 서예가 강희룡씨 시인 등단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3-22 02:01 게재일 2016-03-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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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문학` 2016 봄호 신인상 수상
▲ 강희룡 시인
▲ 강희룡 시인

“1월 중순 대한 추위에

돌담 가에 을씨년스레 서 있

는 살구나무를 본다

그리 곱던 꽃은 누구의 원앙

금침을 만들었을까

그리 푸르던 잎에는 한여름의

역사가 모두 기록되었을까

그리 새콤달콤하던 살구는 누

가 다 먹었을까

그 많은 것들을 감쪽같이 감추었다

살구꽃 피던 이른 봄부터 쉼 없이 내닫던 초록의 숨결은

돌담 가 텅 빈 가지에 내려앉아있다

서슬 퍼렇게 날을 세운 세월 앞에 문풍지가 떨다가 얼어

붙는다

불어오는 삭풍 위에 근심이 까치밥으로 매달려 있다.

삼여(三餘)의 여유로움은 기다림의 미학을 아우른다

허공을 은사(銀絲)로 휘장한 눈은 칙칙한 대지의 얼굴을

하얀 도화지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살구나무 또다시 관중들 앞에서 재빠르게 몸을 움직인다

마술사가 손끝에서 비둘기와 꽃을 꺼내듯

살구나무, 또다시 꽃을 꺼내 들 준비를 하고 있다”

-강희룡씨의 계간 스토리문학 2016 봄호 신인상 당선 시`겨울 매직쇼`

포항의 중진 서예가 강희룡(62)씨가 계간 `스토리문학 `2016 봄호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 시인으로 등단했다. 당선작은`겨울 매직쇼``내 고향 봉평``섣달 그뭄`등 3편이다.

심사위원들은 “강 시인은 서예가로서 오랫동안 상상력 작업을 해온 분이다. 그래서인지 작품 또한 상상력과 경험이 융화된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만한 훌륭한 작품들”이라고 평했다.

강희룡씨는 “오랜 시간 20대에 접어뒀던 문학의 욕망이 솟구쳐 시를 쓰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살라 왔는데 이제 늦게나마 시인으로 등단해 못이룬 꿈을 이룰 출발점에 서게 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앞으로 시인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열심히 정진하겠다”고 등단소감을 밝혔다.

한편 강희룡씨는 포항시서예가협회장, 계명대 서예과 외래교수, 대한민국 진사서화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2009년 포항시 문화상 수상, 2012년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우수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북매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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