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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우리와 닿아있는 도시의 역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4-01 02:01 게재일 2016-04-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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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인문학 류보선·염복규 등 엮음 창비 펴냄. 교양

오늘 우리에게 `서울`은 무엇일까.

`서울의 인문학: 도시를 읽는 12가지 시선`(창비)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인문학적 깊이를 더한다. 문학, 역사학, 사회학, 건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들여다본 서울은 여러 겹의 시간과 공간을 품은 도시이자, 갖가지 욕망으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도시이다. 광화문, 남산, 종로, 홍대, 강남 등 서울의 여러 공간이 지닌 의미의 변화와 함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탐색하는 이 책은, 겉으로 보이는 풍경과 수치화된 자료 아래 감추어진 서울의 속살을 드러냄으로써 서울의 현재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며, 이를 통해 서울이라는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현재를 성찰하게 한다.

`서울의 인문학`을 구성하는 12가지 시선은 서울의 특정한 장소 또는 특정한 현상으로부터 서울이라는 도시,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현재에 대한 탐구와 성찰로 이어진다. 공간에 새겨진 정치사회적 기억을 발굴하고, 공간을 점유하는 각 세대의 삶의 양상을 탐구하며, 공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인간의 욕망을 성찰하고, 나와 타자를 구별짓는 시선을 반성하는 이 논의들은 공간에 대한 탐구가 결국 우리 자신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일과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류보선의 `광장의 꿈, 혹은 권력의 광장에서 대화의 광장으로`는 서울의 대표적인 광장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다룬다. 이들 두 광장은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사회정치적 관계가 응축되어 드러나는 공간이었으며,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우리 사회의 상징적인 장소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의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은 애도와 재생이 아닌 대립과 갈등의 공간으로 전락해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필자는`밀실`과 `광장`이 변증법적으로 지양되는 광장, `멈추어 서서 대화하는 곳`으로서의 광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염복규의 `서울 남촌, 100년의 역사를 걷는다`는 최근 북촌과 서촌이 문화적으로 부상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이 덜한`남촌`을 중심으로 공간에 남아 있는 역사적 기억과 현재의 모습을 살핀다. 일제강점기`한적한 북촌` 대 `북적이는 남촌`의 대비에서 시작해 일제시기 일본인의 정착지이자 식민지배의 표상이었던 남촌에 새겨진 100년의 역사를 찾으며 그 현재적 의미를 읽어내는 이 글은 상처와 환희, 굴욕과 영광이 어우러진 남촌의 역사를 어떻게 마주하고 남촌의 장소성을 현재에 어떻게 되살려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우리에게 제기한다.

조연정의 `이 멋진 도시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는 노량진과 고시원으로 상징되는 청년세대의 `유예된 삶`의 모습으로부터 우리 사회 청년 세대가 직면한 빈곤과 절망의 현실을 논의하며, 최근 젊은 세대의 소설을 통해 서울로부터 `거절`당한 이들이 현실에 대한 체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정조를 바탕으로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나름의 방식으로 상상하고 소유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읽어낸다.

정수진의 `청계천, 서울의 빛나는 신전`은 청계천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이어진 서울의 공간 디자인을 둘러싼 `서울의 꿈`, 혹은 `권력에의 의지`를 해부한다. 모더니티를 향한 꿈이 빚어낸 청계천 복개공사와 기능적 도시계획은 그 이면에 좁은 뒷골목으로 이루어진 모더니티의 그림자를 낳았음을 이야기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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